“급발진 의심 현상은 운전 경력과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은 ‘휴먼 에러’(운전자 실수)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따른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급선무다”
박성지 대전보건대 교수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FKI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설명회’에서 “급발진 의심 현상은 가속케이블 고착, 플로어매트 간섭, 엔진오일 흡기 등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설명회는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했다. 전문가들을 통해 차량 제동장치의 작동 원리를 정확히 전달하고, 사고기록장치와 교통사고 조사절차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는다는 취지다.
강남훈 KAMA 회장은 “자동차 업계는 국민이 급발진 의심 사고 등 불안감을 해소하고 더욱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운전자 실수 방지 목적의 페달오조작 방지장치, 비상자동제동장치 등 신기술을 개발하고 신속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국제기준 제정을 목표로 논의 중인 페달오조작 방지장치는 소형전기차에 미리 적용해 출시했고, 비상자동제동장치의 경우 현재 승용·승합·화물 등 모든 자동차에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향후 감지 대상을 차량뿐 아니라 보행자, 자전거 등으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차량의 ‘브레이크 시스템’에 대해 “자동차의 제동력은 차량 중량 및 속도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보다 더 크게 설계돼 있다”며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기능을 통해 제동 신호와 가속 신호를 동시에 보낼 때 제동 신호를 우선하게 돼 있어, 브레이크를 밟을 경우 자동차는 무조건 속도가 감소 및 정차한다”고 말했다.
최영석 원주한라대 교수와 조민제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은 각각 사고기록장치(EDR)와 교통사고 조사 절차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일부 자동차 급발진을 주장하는 사례 중에서는 EDR이나 교통사고 조사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EDR은 교통사고를 분석하는 주요 도구로서 국내외 수만 건 이상의 사고 분석 결과를 통해 신뢰성이 검증됐다”며 “최근에는 분석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저장하는 데이터 항목을 추가하는 기준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신 차량은 각종 제어 장치로 복잡성이 증가해 운전자 오조작 가능성이 커져 이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 개발, 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연구관은 “경찰은 EDR, 차량 충돌 시뮬레이션, 거짓말 탐지기 분석을 시행해 교통사고의 실체적인 원인을 밝혀내고 있다”며 “경찰로 접수된 교통 사고 중에서 급발진과 같은 사회적 이슈가 있거나 대형 사고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도로교통공단으로 이관돼 더욱 정밀한 분석이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급발진 의심 사고 10건 중 9건은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이 원인으로 나타났다. 국과수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권영신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급발진 의심 사고 분석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접수된 신고는 총 364건이다. 이 가운데 차량 완전 파손으로 분석이 불가능한 42건을 제외한 321건은 모두 페달 오조작에 의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