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이 기아(000270)의 픽업트럭 타스만(Tasman)의 출시 준비 과정을 직접 보고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픽업트럭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현대차그룹의 남은 과제로 꼽혀왔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최근 타스만의 마케팅 영상을 보고 직접 설명을 들었다. 정 회장은 “잘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호주와 중동, 아프리카 등 해외 시장에 공개될 타스만 관련 자료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아는 지난달 타스만 개발 과정을 담은 영상 시리즈 ‘원 모어 라운드’의 티저를 공개한 이후 시리즈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더 기아 타스만. /기아 제공.

타스만은 기아가 독자 개발한 브랜드 최초의 정통 픽업트럭이다. 현대차그룹이 국내에 선보이는 픽업트럭은 타스만이 처음이다. TK1 프로젝트로 알려졌던 타스만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하비를 기반으로 하며 지난해 호주에 상표등록을 마쳤다. 타스만의 정확한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차명은 호주 최남단에 위치한 섬 타스마니아(Tasmania)와 타스만 해협에서 따왔다. 기아는 올해 타스만을 공개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지난 6월 ‘2024 부산모빌리티쇼’에서도 기아 부스에서 타스만을 유심히 살펴보고 가장 긴 시간을 보낸 바 있다. 정 회장은 과거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을 준비하며 연구·개발 과정을 직접 보고 받았고, 2015년에는 마이크를 들고 직접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해 1월 경기 광명시에 위치한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서 신년회를 갖고 새해 메시지를 밝히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타스만은 내년부터 국내를 시작으로 호주와 중동, 아프리카에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이들 권역에서 흥행하면 미국 출시까지 타진해볼 수 있다. 미국 포드가 판매하는 중형 픽업트럭 레인저는 포드 호주법인이 먼저 개발했고, 미국보다 호주에서 먼저 판매됐다. 현대차는 픽업트럭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투싼을 기반으로 개발한 픽업트럭 싼타크루즈(santacruz)를 2021년 출시했다.

타스만의 흥행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픽업트럭으로 나아갈 발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차와 기아가 2028~2029년을 목표로 개발 중인 픽업트럭(코드명 TE 및 TV)에도 EREV 동력계를 얹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는 타스만 개발에 공을 들여왔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스웨덴, 호주, 중동 등 다양한 지역에서 4년 넘게 시험을 거쳤고, 시험 횟수만 1만8000회가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