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 경영 리더십이 2024 파리올림픽을 계기로 주목받고 있다. 정 회장의 기업 경영 방식이 스포츠와 맞물리며 한국 양궁 성과로 이어졌다는 시각이다.

19일 현대차에 따르면 정 회장은 정주영 선대회장, 정몽구 명예회장이 구축한 양궁 발전 기반을 고도화시켜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축했다.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기보다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운영 체계를 갖춘 것이 핵심이다.

정의선 회장이 지난 1일 파리 앵발리드에 있는 연습장을 찾아 김문정 여자 양궁 대표팀 코치와 악수하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제공

경영학계에서는 정 회장이 양궁을 통해 보여준 리더십 핵심 요소로 대담성, 혁신성, 포용성 등 세 가지로 꼽는다. 한국 양궁의 중장기 발전이라는 비전을 세우고, 공정한 선발 원칙 등을 수립해 스포츠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는 점이 대담하다는 평가다.

양궁협회는 지연, 학연 등 파벌로 인한 불합리한 관행, 불공정한 선수 발탁 논란이 없었다. 과거 성적은 배제하고, 현재 실력으로 승부를 가리는 경쟁을 통해서만 국가대표가 선정되기 때문에 보다 체계적인 선수 육성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정 회장은 글로벌 스포츠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혁신성을 강조해 왔다. 지난 2012 런던 올림픽 이후 자동차 연구개발(R&D) 기술을 양궁 훈련과 장비에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해달라고 제안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국가대표 김우진,이우석,김제덕 선수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제공

현대차그룹은 이후 현대차·기아 연구개발센터를 중심으로 여러 기술 지원 방안을 추진했고, 2016 리우 올림픽 때부터 양궁 대표팀에 새로운 훈련 장비와 기술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파리 올림픽에서는 개인 훈련을 돕는 로봇을 비롯해 새로운 기술 장비가 동원됐다.

소음을 비롯해 실전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훈련법도 활용됐다. 도쿄 올림픽부터는 양궁 경기에 ‘심박수 중계’가 등장하자 비접촉 방식으로 선수들의 생체 정보를 측정하는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비를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정 회장은 양궁인들과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조직 내 소속감을 형성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지난 2005년 양궁협회장에 취임한 그는 주요 국제대회 때마다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직접 응원하고 격려해 왔다. 평소에도 종종 선수들과 식사하고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궁협회는 선수뿐 아니라 선수를 양성하는 지도자에 대해서도 관심을 쏟고 있다. 양궁협회는 지도자들이 우수한 선수를 육성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선수들의 국내 대회 입상 시 지도자들에게 경기력 향상 연구비를 별도로 수여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