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인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EQE에 탑재된 중국산 배터리는 고온 환경에서 장기간 빈번하게 급속 충전되면 화재 위험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국영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은 발화 가능성 등 제품 결함을 이유로 해당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 3만여대를 리콜(recall·상품에 결함이 있을 때 생산 기업이 회수해 교환·수리하는 제도)한 바 있다.
8일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화재가 난 벤츠의 중형 전기 세단 EQE에는 중국 전기차 배터리 기업 ‘파라시스 에너지’(Farasis Energy 孚能科技) 제품이 탑재됐다. NCM(니켈·코발트·망간) 타입으로, 정확한 모델명은 알려지지 않았다. 2018년 벤츠 모회사였던 다임러는 신생 업체였던 파라시스로부터 10년간 17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2020년엔 벤츠가 파라시스 지분 3%를 인수하기도 했다. 현재 벤츠의 1대, 2대 주주는 모두 중국회사다.
파라시스의 NCM 배터리는 중국 현지에서도 품질 안정성 논란이 있었다. 2021년 4월 중국 BAIC는 파라시스 NCM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일부를 안전상의 이유로 리콜했다. 지난 2016년 11월 1일부터 2018년 12월 21일까지 생산된 EX360, EU400 총 3만1963대가 대상이었다.
BAIC가 밝힌 리콜 사유 핵심은 화재 위험이었다. BAIC는 “고온 환경에서 장기간 빈번하게 급속충전될 경우 배터리 셀 성능이 저하될 수 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결함을 야기하거나 발화로 이어질 수 있어 안전 위험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파라시스도 결함을 인정했고, 리콜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약 3000만~5000만위안(57억~95억원)을 모두 부담했다. 당시 BAIC는 리콜 범위 내 차량을 대상으로 무료 검사, 수리를 실시하고 모듈과 배터리팩도 교체했다. 안전 제어 관련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도 실시했다.
파라시스 측은 리콜 사태와 관련이 없다고 밝혔지만, 기존 최대 고객이던 BAIC가 회사 연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후 급감했다.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파라시스 매출에서 BAIC 비중은 87.6%, 83.6%, 47.6%이었지만, 2020년에는 0.14%로 줄었다.
파라시스는 지난 2009년 중국 장시성 간저우에서 설립됐다. 지난해 매출은 23억2000만달러(약 3조1800억원·점유율 1.8%), 출하량은 15GWh(기가와트시)로 세계 10위권 규모다. 벤츠와 협력이 본격화한 건 2018년으로 당시 파라시스는 10년간 벤츠에 170GWh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벤츠는 2020년 파라시스 지분 3%를 인수하기도 했다.
벤츠는 EQE 모델에 중국 CATL 배터리도 함께 장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츠는 내부 정책상 차량에 탑재되는 배터리를 비롯한 부품 공급사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