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더 뉴 EQA’는 벤츠 전기차 EQ의 엔트리(입문) 모델이다. 2021년 EQA를 국내에 처음 선보인 벤츠는 3년 만인 지난 5월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EQA는 EQB(EQA보다 상위 클래스)와 함께 지난해 벤츠 코리아 전기차 판매량의 41%를 차지하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더 뉴 EQA 250 AMG 라인. /권유정 기자

더 뉴 EQA는 가격은 유지하면서도 벤츠 전기차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벤츠 전기차는 이른바 ‘진보적인 럭셔리’라는 철학을 추구한다. 벤츠 특유의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전기차의 미래 지향적인 느낌을 함께 담아낸다는 의미다.

시승한 차량은 고성능 모델인 더 뉴 EQA 250 AMG다. 전체적인 외관은 벤츠 내연기관 모델 GLA와 닮았지만, 다소 밋밋했던 디자인에 변화를 줬다. 전면부는 중앙 벤츠 로고 주위로 상위모델에 적용되는 삼각별 패턴의 블랙 패널 라디에이터 그릴을 달고 휠과 테일램프 디자인도 일부 다듬었다.

벤츠 EQA 2023년형(왼쪽)과 2024년형 후면부.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전후방의 짧은 오버행(바퀴 중심에서 차체 끝까지 거리)은 전체적으로 날렵한 이미지를 강조한다. 더 뉴 EQA의 길이는 4465㎜, 너비와 높이는 각각 1835㎜, 1620㎜로 동급 차량과 비슷하거나 다소 작다. 배터리를 바닥에 깔고 있어 공차 중량은 1985㎏로 무거운 편이다.

더 뉴 EQA 250 AMG 라인. /권유정 기자

외관과 비교하면 실내 공간은 화려하다. 운전석에 앉으면 터치형 컨트롤 패널이 장착된 D-컷 스티어링 휠이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항공기 터빈을 떠올리게 하는 실내 원형 통풍구, 10.25인치(26㎝) 와이드 스크린 디스플레이, 알루미늄 소재로 된 각종 버튼은 낮과 밤 실내 조명에 따라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더 뉴 EQA 250 AMG 라인 운전석. /권유정 기자

실내 공간은 바깥에서 보는 것보다 여유롭다. 뒷좌석 헤드룸(머리 공간)은 1000㎜(1m)가 넘고, 레그룸(발이 움직이는 공간)은 900㎜로 차체에 비해 넉넉한 편이다. 트렁크 용량은 340리터(ℓ)로 2~3인 가족의 여행 짐 정도는 담을 수 있다. 부피가 있는 골프백이나 레저용품을 넣으려면 2열 좌석을 접어 최대 1320ℓ로 확장해서 써야 한다.

더 뉴 EQA 250 AMG 라인. /권유정 기자

주행감과 승차감은 편안했다. 액셀러레이터(가속페달)를 밟으면 지나치게 빠르게 치고 나가는 게 전기차의 단점으로 꼽히지만, 내연기관차처럼 부드러운 가속이 가능하다. 더 뉴 EQA 250의 앞바퀴 쪽에 탑재된 전기모터는 최고 출력 140㎾와 최대 토크 385Nm의 성능을 발휘한다. 소음과 흔들림이 적어 고속으로 달릴 때도 안정적이다.

더 뉴 EQA 250 AMG 라인. /권유정 기자

더 뉴 EQA에는 주행 편의를 극대화하는 각종 첨단 기능이 추가됐다. 액티브 주행거리 모니터링 기능은 충전소를 놓쳤을 때 배터리 잔량을 계산해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속도를 표시하고, 가속 페달 토크를 제한해 전력 소모를 줄여준다. 센서와 카메라 등 주행보조시스템의 성능도 보강됐다.

새로 탑재된 2세대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는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등이 포함됐다. 전방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에 가상의 주행 안내선을 표시해 더욱 직관적으로 지도를 확인할 수 있다. 공기청정패키지, 파노라믹 선루프 등 편의사양이 탑재되고, AMG 라인은 E클래스에 들어가는 사운드시스템과 12개 고성능스피커까지 기본으로 제공된다.

더 뉴 EQA에 탑재된 주행 보조 기능 참고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다만 강도 조절 옵션에도 회생제동 시스템은 여전히 어색했다. 더 뉴 EQA는 회생제동 강도를 D 오토(자동)와 3단계(D+, D, D-)로 설정할 수 있다. 기본으로 설정된 D 오토는 앞 차가 정차하거나 속도를 늦추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회생제동 구간에 진입했는데 급제동을 한 것처럼 몸이 쏠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기차 배터리 효율을 높이기 위해 탑재된 회생제동은 전기차 특유의 울컥거림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더 뉴 EQA 250 AMG 라인. /권유정 기자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의 최대 주행가능거리가 대부분 400㎞를 웃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뉴 EQA의 주행거리는 아쉽다. 이 차에 들어간 배터리 용량은 65.9㎾h급으로 완충 시 최대 367㎞ 주행이 가능하다. 소형차의 특성상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어 기술 측면에서 제품 가치를 높였다는 게 벤츠코리아의 설명이다.

더 뉴 EQA는 250 일렉트릭아트, 250 AMG 두 가지 트림으로 판매된다. 가격은 일렉트릭아트가 6790만원, AMG 라인이 736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