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산 보급형 전기차에 대응하기 위해 3000만원대 전기차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005380)·기아(000270)는 경쟁사보다 긴 주행거리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스탈란티스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지프 전기차를 2만5000달러(약 3400만원) 수준으로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엔 2만3000유로(약 3200만원)짜리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시트로엥 e-C3를 공개하기도 했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최대 3년 안에 순수 전기차와 내연기관 차량에 드는 비용 구조를 동등한 수준으로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 카를로스 타바레스. / 스텔란티스 제공

유럽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폭스바겐그룹도 보급형 전기차 경쟁에 뛰어들었다. 폭스바겐그룹은 “유럽에서 유럽을 위한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며 2027년까지 3000만원대 전기차를 공개하기로 했다. 그 중간 단계로 내년 말까지 2만5000유로 미만의 전기차 4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앞서 프랑스 르노와 보급형 전기차를 개발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지만, 지난달 초 결렬된 뒤 독자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반면 현대차·기아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으면서 긴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경쟁사 차량이 완충 시 300~400㎞대의 주행거리를 보이는 만큼, 500㎞ 이상의 거리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폭스바겐 ID.7. / 폭스바겐 제공

최근 공개된 기아 EV3의 주행거리는 환경부 인증 기준 510㎞다.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대형 전기 SUV EV9의 주행거리도 501㎞다. 기아는 EV3를 올해 4분기 유럽에, 2025년 미국에 출시할 예정이다. 기아는 내년에 EV4와 EV5를 내놓는데, 두 차종 모두 완충 시 주행거리가 50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최소 500㎞의 주행거리는 필요하다는 관점으로 배터리 타입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9을 출시할 예정인데, EV9과 마찬가지로 500㎞ 이상의 주행거리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캐스퍼EV와 아이오닉7 등도 출시할 예정이며, 캐스터EV는 올해 3분기 유럽에서 판매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기아가 지난 달 22일 서울 성동구 성수 기아 EV 언플러그드 그라운드에서 열린 EV3 포토미디어데이에 소형 SUV EV3를 공개했다./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