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의 디자인을 가리기 위해 씌우는 위장막이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다. 과거에는 디자인 유출만 막기 위해 검은색으로 뒤덮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차량 출시 전부터 개성을 표출하고 소비자의 이목을 끌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2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000270)는 내년 초 출시하는 첫 픽업트럭 타스만의 위장막 디자인을 호주·뉴질랜드의 유명한 예술가 리처드 보이드 던롭(Richard Boyd-Dunlop)과 협업해 제작했다. 타스만의 위장막은 호주 풍경에서 영감을 받은 듯 노랑·빨강·파랑 등 알록달록한 색깔로 칠해졌다. 기아는 “위장막 디자인에 타스만의 핵심 정체성인 모험 정신을 투영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개발 중인 차량의 디자인 유출을 막기 위해 신차를 도로에서 주행할 때 위장막을 씌운다. 차체 전면과 후면 등 주요 부분에 검은색 비닐을 덮거나, 전체를 흑백 패턴의 플라스틱 필름으로 덮는 것이 일반적이다. 흑백의 기하학 패턴은 착시 현상을 일으켜 자동차 세부 모양을 눈으로 식별하기 어렵게 만든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스파이샷(spy shot·정식으로 공개되지 않은 상품을 몰래 찍어 유출한 사진)을 피하기 어렵게 되자, 자동차 제조사들은 신차 위장막을 출시 기대감을 높이기 위해 이용하고 있다.
현대차(005380)는 아이오닉5N 위장막에 영어로 ‘네버 저스트 드라이브(Never Just Drive·그냥 운전만 하지 마세요)’라는 글씨를 큼직하게 적었다. 이는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 N의 슬로건으로, 운전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차를 암시한다.
포르셰 타이칸도 위장막에 ‘소울, 일렉트리파이드(Soul, electrified·전기화된 영혼)’라는 글자를 적은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포르셰의 스포츠카 정신이 전기차에도 이어진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독특한 색깔의 위장막을 씌우는 사례도 많다. 제너럴모터스(GM)의 고급 브랜드 캐딜락은 전기차 셀레스틱에 우주를 연상시키는 푸른색 위장 필름을 붙였다. ‘셀레스티얼(Celestial·천체)’에서 유래한 차명처럼 위장막 디자인도 은하계를 떠올리게 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앞서 신형 S클래스 출시를 앞두고 삼각별 로고를 촘촘하게 배열한 위장막을 덮은 채 도로를 달렸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아이들의 그림으로 위장막을 만들어 마케팅을 진행했다. 디스커버리 개발팀 직원의 어린 자녀들이 위장 필름 위에 자유롭게 그림을 그린 것으로, 패밀리카(가족이 함께 타는 차)의 정체성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