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가 ‘GV80 쿠페’를 출시하면서 쿠페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시장에 진입했다. GV80 쿠페는 기존 GV80의 지붕을 날렵하게 깎아 역동적인 외관을 만들었다. 주행감은 정숙하고 안락한 고급 세단을 떠올리게 한다.
GV80은 제네시스가 2020년에 선보인 첫 SUV다. 작년 9월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가 이뤄졌고, 이때 GV80 쿠페가 GV80의 파생형 모델로 추가됐다.
GV80이 듬직한 형상이라면, GV80 쿠페는 세련된 모양이다. 트렁크 공간이 줄어 실용성은 떨어졌으나 시각적 만족도는 높다.
GV80 쿠페는 경쟁 차종인 메르세데스-벤츠 GLE 쿠페나 BMW X6 등과 비교하면 디자인이 덜 과감하다. 경쟁차의 캐릭터 라인(차체 옆면을 가로지르는 굵은 선)은 뒤쪽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공격적인 모습인데, GV80 쿠페의 캐릭터 라인은 완만하게 낮아진다. 현대차는 ‘역동적인 우아함’이라는 제네시스의 디자인 철학을 반영했다고 설명한다.
차체는 길이 4965㎜, 너비 1975㎜, 높이 1710㎜ 크기다. 휠베이스(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 사이 거리)는 2955㎜다. GV80과 비교하면 25㎜ 길어졌고 5㎜ 높아졌다.
트렁크 용량은 644L(리터)로, 기본형 GV80(735L)보다 91L 좁다. 쿠페형 SUV는 2열 헤드룸(머리 위 공간)의 축소가 필연적인데, GV80 쿠페는 준대형에 속하는 큰 차급이어서 뒷좌석에 앉아도 답답하지 않았다.
실내는 27인치 디스플레이가 계기판과 중앙 디스플레이 역할을 하도록 가로로 길게 배치됐다. 센터 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가운데 공조장치 등이 위치한 곳) 주변 디자인은 깔끔해졌다. 손이 닿는 대부분의 영역을 가죽 또는 스웨이드로 마감해 촉감이 좋다. 센터 콘솔(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설치된 수납공간)의 암레스트(팔 지지대)에도 열선을 넣었다.
GV80 쿠페의 파워트레인(동력계)은 ▲가솔린 2.5 터보 ▲가솔린 3.5 터보 ▲가솔린 3.5 터보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등이 있다. 시승차는 가솔린 3.5 터보였다. V6 3.5L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최고 출력 380마력, 최대 토크 54.0㎏f·m의 성능을 낸다. 공차 중량은 2230㎏이고, 사륜구동(AWD)으로 움직인다. 복합 연비는 7.8㎞/L다.
GV80 쿠페는 역동적인 외관과 달리 안락한 주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외부에서 전달되는 소음과 진동을 차단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방지턱을 넘을 때 흐트러짐이 크지 않아 고급 세단을 운전하는 듯했다.
경쾌하진 않지만 묵직하게 속력을 끌어올리는 힘을 갖췄다. 최대 토크가 1300~4500rpm(분당 엔진 회전수)의 넓은 영역에서 뿜어져 저속에서도 가속 응답성이 빠르다. 질주하기에 적합한 차종은 아니지만, 패밀리카(가족이 함께 타는 차)로 주행하기에는 가속에 답답함이 없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차체의 무게를 받쳐 주는 장치)은 운전의 피로도를 낮춘다.
제네시스에는 전방의 노면 정보를 사전에 인지해 적합한 서스펜션을 설정하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고속 주행의 안정성을 향상시키는 ‘횡풍 안정성 제어’, 노면에 맞춰 주행 진동을 저감하는 ‘엔진 마운팅 컨트롤 유닛(EMCU)’ 등의 기능이 있다.
GV80 쿠페의 가격은 가솔린 2.5 터보가 8255만원, 가솔린 3.5 터보가 8675만원, 가솔린 3.5 터보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9190만원이다. 경쟁차인 벤츠 GLE 쿠페(1억3700만원부터), BMW X6(1억2580만원부터), 아우디 Q8(1억443만원)과 비교하면 수천만원 저렴하다. 다만 GV80 기본형의 가격이 6930만원부터인 점을 고려하면 쿠페의 가격은 부담스럽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