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차 판매 증가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지만, 판매사(딜러)는 적자이거나 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 심화로 비용이 늘고 수입사인 벤츠코리아가 재고를 떠넘긴 게 원인으로 꼽힌다.

17일 벤츠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3% 늘어난 7조9375억원으로 집계됐다. 2003년 국내 진출 이후 최대 실적이다. 판매는 전년 대비 5.3% 줄었지만, 마이바흐·S클래스·AMG 등 고가 제품 판매가 늘어난 영향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5.1% 감소한 2393억원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6.7% 증가한 1898억원으로, 전액 독일 본사(지분율 51%)와 말레이시아 화교 기업 레이싱홍의 계열사 스타오토홀딩스(지분율 49%)에 배당했다.

벤츠 CI

반면 벤츠 딜러는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최대 딜러이자 레이싱홍 계열사인 한성자동차는 지난해 매출 3조4439억원을 올렸는데, 468억원의 영업손실이 났다. 당기순손실도 361억원이었다. 효성(004800)그룹 계열사인 더클래스효성은 매출 1조5573억원, 영업손실 29억원, 당기순손실 105억원을 기록했다.

KCC정보통신 계열 KCC오토는 지난해 매출이 9795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줄었고 영업이익은 44억원으로 89.7% 감소했다. 부산 및 경남 지역 딜러 스타자동차의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2.4% 증가했으나 7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지난해 딜러 실적이 안 좋은 이유는 수입차 시장 경쟁이 심해지면서 마케팅 비용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2022년 수입차 최초로 연간 판매 8만대를 넘긴 벤츠는 작년에도 판매 규모를 지키기 위해 할인 등 판촉 행사를 강화했다. 특히 작년에는 막판까지 BMW와 수입차 판매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면서 일부 차종은 수천만원씩 할인했다. 이런 비용 중 상당액이 딜러에 전가되면서 적자 폭이 커졌다.

수입차 업계에서 빈번한 재고 떠넘기기도 영향을 미쳤다. 일반적으로 수입사는 차를 해외에서 들여와 딜러에 배분한다. 딜러는 수익이 높은 인기 차종을 배정 받기 위해 판매량이 적은 차도 함께 넘겨받는데, 인기가 없는 차는 재고로 남는다.

벤츠는 지난해 전동화(전기로 움직이는 것) 전략에 따라 다수의 전기차를 각 딜러에 배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기차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재고가 많이 남았다. 한성자동차의 지난해 재고액은 전년 대비 206.9% 늘어난 4232억원으로 나타났다. 더클래스효성과 KCC오토는 재고액이 각각 전년 대비 81.9%, 140.6% 증가한 1653억원, 1174억원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와의 할인 경쟁으로 비용이 증가했고 비인기 차종의 재고를 떠안으면서 대다수 딜러의 수익이 줄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