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그룹이 신사업으로 추진하는 자율주행(모셔널), 항공모빌리티(슈퍼널), 로봇(보스턴다이내믹스) 분야에서 지난해 약 1조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적자에도 신사업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14일 현대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모셔널은 지난해 803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2년(7517억원 손실)보다 손실 규모가 커졌다. 2020년 미국 자율주행 기술 회사 앱티브과 합작해 만든 모셔널은 설립 첫 해 2315억원의 손실을 봤고, 2021년 5162억원 등 지금까지 2조3031억원의 적자를 냈다.
2021년 출범한 첨단항공모빌리티(AAM) 회사 슈퍼널도 매년 적자가 커지고 있다. 2022년 1955억원에 이어 작년에 5263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사재를 투입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난해 적자는 513억원이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 신사업 투자 법인 HMG글로벌이 대주주로 있다. 지난해 HMG글로벌의 영업손실은 3437억원으로 전년(639억원 적자)에 비해 손실이 크게 늘었다. 이들 신사업 분야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약 1조7250억원에 달했다.
모셔널은 현대차와 기아(000270), 현대모비스(012330) 등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해 미국 앱티브사와 50대 50을 투자해 설립한 회사다. 현대차그룹이 들인 돈만 2조원 이상이다. 모셔널은 아이오닉5를 활용한 완전 무인 자율주행 로보택시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모셔널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모셔널 유상증자에 앱티브는 빠지고 현대차그룹만 참여할 전망이다.
슈퍼널은 AAM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2021년 미국에 세운 법인이다. 2019년 정 회장이 직접 영입한 나사(NASA) 출신 신재원 사장이 이끌고 있다.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새로운 비행기체를 선보였지만, 법규 등이 아직 정비되지 않아 구체적인 성과는 없다.
신사업 부진에도 현대차그룹은 투자를 멈추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최근 일부 투자 자산을 회수해 선택과 집중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영국 상용 전기차 스타트업 어라이벌의 지분을 1.99%에서 1.4%로 줄이고 미국 공유모빌리티 기업 미고의 지분(8.33%)을 모두 처분했다. 미국 인공지능(AI) 전문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 지분 2.56%도 정리했다. 인도와 캐나다 스타트업에 투자한 자금도 회수하는 중이다. 국내 투자 역시 정리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2조4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R&D에 4조9000억원, 설비투자(CAPEX)에 5조6000억원을 쓴다. 신사업이 포함된 전략투자는 1조9000억원이다.
현대차의 전략투자 규모는 매년 늘고 있다. 2018년 1000억원이던 전략투자는 2019년 9000억원, 2022년 1조1000억원, 지난해 1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35.7%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