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페는 실용성보다는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춘 차다. 뒤로 갈수록 완만하게 떨어지는 지붕선과 두개의 문짝이 대표적인 쿠페 디자인이다. 뒷좌석이 있지만, 사람이 타기 보다는 여행 가방을 싣는 용도쯤으로 활용된다. 먼거리를 편안하게 이동하기 위해 성능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과거 유럽에서 유행한 반으로 자른 형식(coupé)의 마차에서 유래했다.
쿠페는 실용성이 크지 않아 자동차 시장에서 설 자리를 점점 잃고 있다. 대신 미적 감각을 살리고 싶은 차종에 쿠페 디자인이 적용된다. 세단에 쿠페 디자인을 접목한 4도어 쿠페, 쿠페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새롭게 내놓은 CLE는 첫 인상부터 날렵하고, 유려한 차체의 선이 돋보인다. 벤츠는 CLE를 많이 팔기 보다는 벤츠가 가진 자동차 회사로서의 정체성을 살리는 차로 여긴다. 국내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벤츠가 아니라 가끔 눈에 띄지만 가장 멋진 벤츠를 지향한다. 최근 벤츠가 국내에 출시한 CLE를 시승했다.
CLE는 길이 4850㎜, 너비 1860㎜, 높이 1428㎜다. 앞뒤 바퀴의 축간 거리인 휠베이스는 2865㎜다. CLE는 기존의 C클래스 쿠페와 E클래스 쿠페를 단종하고 개발한 차인데, E클래스 쿠페에 비해 5㎜ 길고, 15㎜ 낮다.
전면은 상어의 뾰족한 코를 연상케 하는 '샤크 노즈' 디자인을 채택했다. 중앙 그릴의 커다란 삼각별 엠블럼이 존재감을 낸다. 역동적인 느낌을 내기 위해 보닛을 상당히 길게 디자인했다. 옆면을 보면 앞바퀴와 차 가장 앞쪽의 거리인 오버행이 상당히 짧다. 스포츠카가 흔히 하는 디자인이다. 뒤쪽은 물 흐르는 듯한 곡선이 도드라진다. 벤츠의 최신 리어램프(후미등) 디자인은 다소 답답한 느낌을 준다.
앉는 위치는 스포츠카처럼 상당히 낮다. 시트는 일체형 헤드레스트(머리받이)로 제작됐는데, 덩치가 큰 사람은 허벅지나 어깨 부분이 약간 불편하다. 착좌 느낌도 단단해 장거리·장시간 주행에 스트레스가 생길 법한데, 마사지 기능이 불편을 다소 줄여준다.
실내 각종 화면은 모두 디지털로 전환했다. 중앙의 11.9인치 세로 디스플레이는 운전석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보기에 편하다. 신형 E클래스에 들어간 3세대 MBUX(메르세데스-벤츠 사용자 경험)을 채택하고 있다. 무선 애플 카플레이 등을 지원한다. 티맵(TMAP) 인포테인먼트는 차후에 업데이트를 받으면 이용할 수 있다.
CLE는 가솔린, 디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의 동력계를 얹는다. 국내에는 가솔린 모델만 판매한다. 시승 모델은 CLE 450 4매틱으로, 최고 381마력, 최대 51㎏f.m의 힘을 내는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을 얹었다.
고속화도로, 일반도로를 오가며 총 150㎞를 달렸다. 가속 페달은 밟는 느낌이 묵직하다. 엔진 음색이 낮고, 움직임이 진중해 달리는 느낌이 좋다. 즉각 반응하는 가속력은 스포츠카를 연상케 한다. 긴 거리를 빠르고 편안하게 달리는 그란투리스모(GT) 감성을 가졌다. 제동력은 여유롭되, 정확하다. 빨리 달리다가 속도를 순식간에 줄여야 할 때 재빨리 차를 잘 잡는다.
굽은 길에서는 차가 부드럽게 돌아나간다. 급격한 코너에서도 차가 중심을 잃는 일은 없다. 뒷바퀴가 힘의 방향에 따라 좌우로 2.5° 살짝 틀어지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이 적용된 덕분이다. 서스펜션은 도로 환경에 맞춰 능동적으로 움직이는데, 속도나 노면 상태에 맞춰 승차감을 최적화한다.
3000㏄ 가솔린 엔진을 장착했으나 연비는 복합 기준 리터당 10.9㎞로 꽤 준수한 편이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한 덕분이다. 이 시스템은 최대 17㎾의 전기 동력을 제공해 시동을 걸거나 저속 구간, 탄력 주행 시 연료 소모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저공해차량 2종 인증을 획득해 혼잡통행료나 공영주차장 요금 등을 감면받는다.
CLE의 가격은 직렬 4기통 엔진을 얹은 CLE 200(국내 인증 중)이 7270만원, CLE 450 4매틱이 9600만원이다. 전작인 E클래스 쿠페는 1억820만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