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과 폴스타가 주력 전기차의 기본가를 인하했다. 국내 전기차 보조금은 기본가 하한 기준을 만족하면 100%(최대 650만원)를 받을 수 있다. 환경부는 올해 보조금을 100% 지급하는 전기차의 최저가를 5500만원 미만으로 정했다.
13일 환경부에 따르면 전기차 보조금은 차 기본 가격이 5500만원 미만이면 100%를 지급하고, 5500만원 이상~8500만원 미만이면 50%를 지급한다. 전기차 기본가격이 8500만원 이상일 경우에는 보조금을 주지 않는다.
환경부는 가격이 저렴한 보급형 모델에 보조금을 더 주기 위해 이런 기준을 마련했다. 또 전기차 가격 인하를 유도하려는 의도도 있다. 보조금은 소비자가가 아니라 인증사양별 기본가격을 따른다. 2022년부터 도입된 제도로 모터 출력이나 배터리 용량, 구동 방식 등이 같으면 트림별 가격이 달라도 기본가에 따라 동일한 보조금을 준다.
폭스바겐코리아는 보조금을 최대한 받기 위해 지난해 ID.4에 5690만원짜리 저가 트림 프로 라이트(Pro Lite)를 신설했다. 작년에는 보조금 100% 기준가가 5700만원 미만이었다. 기존에 판매한 5990만원 ID.4에는 ‘프로’라는 트림명을 붙였다.
ID.4 프로 라이트는 헤드·리어램프 디자인이 프로 트림과 다르고, 외장색도 2개만 선택할 수 있다.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인 트래블 어시스트 등 소비자가 선호하는 옵션도 제외했다.
올해 보조금 지급 기준이 5500만원으로 하향 조정되자 폭스바겐은 ID.4 프로 라이트 트림의 가격을 5490만원으로 다시 내렸다. ID.4 프로 가격은 기존과 동일한 5990만원이다.
폴스타코리아도 5590만원이던 폴스타2의 기본가를 5490만원으로 100만원 인하했다. 폴스타 측은 “잠재 소비자가 전기차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도록 본사와 협의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본가만 내렸을 뿐 옵션 가격은 그대로다. 폴스타2는 LED 헤드램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을 적용하려면 299만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지난해 환경부 보조금 기준을 맞추기 위해 모델Y의 가격을 조정한 테슬라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테슬라는 환경부 보조금 기준이 5500만원이었을 때는 차 가격을 5490만원에 책정하고, 지난해 5700만원이었을 때는 5699만원에 판매해 고무줄 가격 논란을 야기했다. 테슬라를 대표하는 오토파일럿 옵션을 장착하려면 452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도 보조금을 100% 받기 위해 기본가를 낮게 설정하고 각종 옵션을 끼워팔고 있다. 기본가 5272만원인 아이오닉5는 빌트인캠(블랙박스·69만원), 현대스마트센스(주행보조장치·153만원) 등의 옵션을 두고 있다. 기본가 5130만원인 EV6는 외장색을 회색으로 하려면 30만원을 더 내야하고, 스마트크루즈컨트롤을 적용하려면 138만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자동차 업체들의 기본가 꼼수에도 보조금을 다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전기차 회사가 기본가 기준을 만족하더라도 주행거리, 배터리 에너지밀도, 충전 인프라, 사후관리 수준 등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