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에너지 밀도가 낮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적게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테슬라 등 중국에서 만들어 국내로 들어오는 전기차를 견제하기 위한 차원이다. 최근 국산 소형 전기차도 LFP 배터리를 장착하는 추세여서 새 정책이 시행되면 이들 차량의 실구매가는 오를 전망이다.
2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올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국고) 지급 요건에 배터리 성능과 효율에 영향을 미치는 셀 에너지 밀도를 따지기로 했다. 보통 전기차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으면 주행거리가 늘어나는데, 이런 양질의 전기차에 보조금을 더 주겠다는 것이다.
이런 방침은 국내 전기차 시장을 위협하는 중국산 전기차·배터리를 견제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중국은 기술 수준이 낮은 LFP 배터리를 주로 장착한다.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가격 경쟁력이 높다.
테슬라가 중국에서 생산해 국내로 들여오는 모델Y 후륜구동(RWD)은 중국 CATL의 LFP 배터리를 장착한다. 주행거리는 기존에 국내에서 판매하던 미국 생산 제품보다 약 200㎞ 줄었지만, 가격이 2000만원쯤 저렴하다. 지난해 국내에 출시돼 큰 인기를 모았다.
국내 진출을 검토 중인 비야디(BYD) 역시 주력 차종에 LFP 배터리를 쓴다.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아토3는 일본 판매 가격이 440만엔(약 3970만원)으로, 현대차(005380) 아이오닉5(시작가 5050만원), 기아(000270) EV6(시작가 5130만원)에 비해 1000만원 이상 싸다. 국내로 들어온다면 상당한 판매고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국산 전기차도 중국산 배터리 장착 비중이 늘고 있다.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기아 니로 EV·레이 EV, KG모빌리티 토레스 EVX·코란도 e모션 등이 중국산 배터리를 쓴다. 올해 출시 예정인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가칭)에도 중국산 배터리가 들어간다.
에너지 밀도에 중점을 둔 새 보조금 정책이 나오면 레이 EV, 캐스퍼 일렉트릭 등 LFP 배터리를 장착하는 차는 전기차 실구매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출시된 레이 EV의 서울 기준 보조금은 647만원(국고+지방자치단체)으로, 2955만원의 4인승 승용 라이트 트림은 2128만원에 구입 가능했다.
4750만원인 토레스 EVX E5 트림은 지난해 국고 645만원, 지자체(서울) 174만원의 보조금을 받아 3931만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올해는 4000만원 이상을 줘야 구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자동차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다음 달 중 올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 보조금 개편안은) 중국산 전기차·배터리를 왜 세금으로 지원해야 하느냐는 지적을 받고 나온 것이라 후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LFP 배터리를 장착하는 국산 전기차도 보조금 개편안의 영향을 받아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