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이나 상품성이 정말 놀라울 정도다. 최근 가장 위협이 되는 브랜드는 바로 제네시스다.”

지난 10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3 재팬모빌리티쇼에서 만난 일본 자동차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제네시스가 일본 고급차의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가장 큰 위협 대상으로 올라섰다는 것이다.

GV70 전동화 모델. /제네시스 제공

제네시스가 미국에서 시장 평가는 물론, 판매량에서도 일본 고급차인 렉서스(도요타), 아큐라(혼다) 등을 압박하고 있다. 제네시스보다 30년 먼저 미국에 진출한 인피니티(닛산)는 이미 지난해 제네시스에 판매량을 추월당했다.

미국 자동차 통계 전문 매체 굿카베드카에 따르면 제네시스의 미국 내 판매량은 올해 1~11월 6만1995대다. 최근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약 60%에 달한다.

지난해 제네시스는 5만6198대를 판매해 4만6616대에 그친 인피니티를 처음으로 제치고 미국 내 아시아계 고급차 브랜드 순위에서 3위를 기록했다. 제네시스와 아큐라의 판매대수 차이는 2016년 23배에 달했으나, 올해는 2배 수준으로 좁혀졌다. 같은 기간 렉서스와의 격차는 48배에서 4배로 줄었다.

제네시스는 올해 7월 글로벌 누적 판매가 100만대를 넘었다. 2016년 해외 시장 판매를 시작한 이후 7년 만에 거둔 기록이다. 1989년 미국에 처음 출시한 렉서스가 9년 후인 1998년에 누적 100만대 판매를 달성한 것보다 약 2년 빨랐다.

GV80쿠페. /제네시스 제공

제네시스의 인기 요인으로는 높은 상품성과 디자인, 품질 등이 꼽힌다. 다양한 첨단 기술도 강점이다.

제네시스는 미국 시장조사업체 제이디파워(J.D.파워)의 신차품질조사에서 지난해 렉서스와 캐딜락 등을 제치고 고급차 1위에 올랐다. 해당 조사는 소비자가 차를 구입하고 3개월 동안 경험한 품질 불만 사례를 집계한 것으로, 점수가 낮을수록 불만이 적다는 뜻이다. 제네시스는 156점을 기록해 렉서스(157점)를 1점 차이로 따돌렸다.

또 같은 회사의 신차 첨단 기술 조사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이 조사는 자동차의 편의장치, 최신 자동화 기술, 에너지 및 지속가능성, 인포테인먼트 및 커넥티비티 등을 묻는데, 제네시스는 고급 ·대중차를 통틀어 최고 점수인 656점을 획득했다. 이 조사에서 렉서스는 533점, BMW는 528점에 그쳤다.

G90. /제네시스 제공

높은 평가는 수상으로도 이어졌다. G90은 지난해 미국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가 선정한 올해의 차에 뽑혔다. 당시 모터트렌드는 “제네시스 G90은 높은 완성도와 함께 다른 회사가 가질 수 없는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럭셔리 세단의 상식을 뒤집었다”고 평가했다.

모터트렌드는 GV70 전동화(전기로 움직이는 것) 모델을 올해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 선정했다. GV70 전동화 모델은 북미 올해의 차 유틸리티(다목적차) 부문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오카자키 고로 일본 자동차 저널리스트는 “렉서스를 비롯한 일본 고급차들은 진중한 디자인 등으로 중장년층에 인기가 있지만, 제네시스는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다”며 “미국에서 제네시스의 성장세가 뚜렷한 건 이 이유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