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가 올해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독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국내 완성차 기업들의 자료를 취합하면, 올해 1~11월 누적으로 국내 판매량이 가장 많은 상위 10개 자동차는 모두 현대차·기아가 생산한 차종이다.
현대차 그랜저(10만4652대)의 판매량이 가장 많았고 이어 현대차 포터(9만1622대), 기아 쏘렌토(7만7743대), 기아 카니발(6만4552대), 기아 스포티지(6만4010대). 현대차 아반떼(6만222대), 기아 봉고(5만9104대), 기아 셀토스(4만7079대), 기아 레이(4만6676대), 현대차 싼타페(4만3661대) 순이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SM6, QM6, XM3, 마스터 등 모든 차종의 합산 판매량이 1~11월 누적으로 2만454대에 그친다. 전년(4만9378대) 대비 판매량이 58.6% 줄었다.
한국지엠은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흥행했으나, 1~11월 판매량이 2만2019대로 상위권에 들진 못했다. 같은 기간 KG모빌리티(003620)(쌍용차)에서도 대표 차종 토레스가 3만5283대 팔리며 흥행했으나 순위권 밖에 머물렀다. 올해 약 한 달이 남았으나 격차가 1만대 수준으로 벌어져 상위권에 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르노코리아·KG모빌리티·한국지엠은 2017년까지만 해도 인기 차종을 여럿 내놓으며 내수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2011년 르노삼성 SM5 ▲2012~2015년 쉐보레 스파크 ▲2016년 쉐보레 스파크, 르노삼성 SM6, 쌍용차 티볼리 ▲2017년 쌍용차 티볼리 등이 연간 판매량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그러나 2018년 이후 올해까지 6년 연속으로 현대차·기아가 상위 10개 차종을 쓸어갔다.
현대차·기아가 독주하는 배경은 경쟁사의 침체에 있다는 시각이 많다. 판매 부진을 겪고 라인업을 간소화하다 전반적인 판매량이 줄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르노코리아는 SM3·SM5·SM7 등을 차례로 단종하며 라인업이 빈약해졌다. 쉐보레도 경차 스파크를 비롯해 세단 크루즈·말리부·임팔라 등을 줄줄이 단종했고, 대신 틈새시장으로 분류되는 트래버스·타호 등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GMC·콜로라도 등 픽업트럭을 새로 내놨다. KG모빌리티는 토레스 판매가 주춤하면 전체 판매량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인다.
업계에서는 친환경차로의 전환이 진행될수록 현대차·기아의 독주가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오닉5 출시 이후 현대차·기아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는데, 경쟁사의 하이브리드차·전기차 제품군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이 덜한 시장 구조는 결국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작동한다”며 “중견 3사(르노코리아·KG모빌리티·한국지엠)가 내수 시장에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많이 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