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최근 현대차(005380)·기아(000270)의 과거 리콜(자발적 결함시정)에 대한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리콜이 적절했는지, 보고 의무를 준수했는지를 살펴보는데, 업계에선 이례적인 조치로 해석한다. 미국 당국이 최근 미국에서 판매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현대차·기아를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NHTSA 산하 결함조사국(ODI)은 현대차·기아가 브레이크액 누출과 관련해 2016년부터 진행한 총 16건의 리콜을 전수 조사하고 있다. 대상 대수만 638만대로, 미국에서 연간 판매되는 현대차·기아 차량의 7배에 달하는 수치다.
ODI는 만도에서 생산한 ABS(브레이크 잠김 방지 장치) 모듈 화재 가능성과 관련해 현대차·기아가 규정을 잘 준수했는지 등을 살피고 있다. 또 16건의 리콜 해결 방식이 모두 달랐다는 점도 조사할 계획이다.
업계는 이미 완료된 리콜에 대해 NHTSA가 광범위한 조사를 한 적이 없었다는 걸 고려하면 이례적이라고 설명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도요타, 닛산 등도 과거 미국에서 판매량이 많을 때, 이런 식의 조사로 견제를 받을 일이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건이 2014년 도요타 급발진 리콜이다. 당시 도요타는 전 세계에서 1000만대를 리콜했다.
현대차·기아는 최근 미국 내 판매량이 상당히 높다. 지난달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는 총 13만1417대를 판매해 미국 진출 이후 월간 최다 기록을 달성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현대차는 2.4%, 기아는 1.5%, 제네시스는 31.5% 증가했다. 세 브랜드 모두 10개월 이상 판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기차 판매도 흐름이 좋다. 현대차·기아의 지난달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118.9% 늘어난 7661대로 나타났다. 상반기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3만8457대로 전년 대비 11.4% 증가했다. 이는 미국 전기차 시장 2위의 기록이다. 미국 외 생산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지 않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무색했다는 현지 평가가 나온다.
미 법원은 현대차·기아 관련 소송에서 현대차·기아에 불리한 판결을 내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 산타아나 지방법원은 현대차·기아가 보험사 등을 상대로 낸 소송을 기각했다.
미국에서는 최근 현대차·기아 차량을 겨냥한 절도 사건이 속출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보험사들은 가입자에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지급했고 이어 현대차·기아에 보험금 청구 소송을 냈다. 현대차·기아에 제조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발한 현대차·기아가 맞소송을 제기했는데, 미 법원은 과실 대부분이 현대차·기아에 있다고 봤다.
현대차·기아는 미국에서 특허 소송에도 휘말리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혼다 등을 대상으로 특허 소송을 걸었던 특허관리금융회사(NPE) 오토브릴리언스는 지난 달 현대차·기아가 서라운드뷰(차 주변을 보여주는 카메라) 작동 때 사용한 기술이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냈다. 현대차·기아는 또 다른 NPE인 멜 내빕한테도 특허 소송을 당했다. 내비게이션과 음성인식 기술 등 6개 기술이 특허를 침해했다는 게 멜 내빕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