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의 ‘수입차 전략’이 실패하는 분위기다. 국내 시장에 야심 차게 출시한 GMC는 지난달 롤스로이스보다 판매량이 적었다. 미국에서 수입하는 이쿼녹스·타호 등 쉐보레 수입 차종과 고급 브랜드 캐딜락도 부진하다.

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GMC는 지난달 국내에서 15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GMC보다 판매량이 적은 브랜드는 재규어밖에 없다. 재규어가 2025년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 탈바꿈을 선언하고 판매 중단에 돌입한 점을 고려하면, GMC가 사실상 최하위다. 푸조의 고급 브랜드 DS(27대), 가격이 수억원대인 롤스로이스(17대)보다 판매량이 적었다.

GMC 픽업트럭 시에라. /GMC 제공

한국지엠은 국내에서 수입차 브랜드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2019년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회원사로 가입하며 수입 차종을 점차 늘렸고, 작년에는 대외적으로 사용하는 회사의 명칭을 ‘GM 한국사업장’으로 바꿨다. 모회사 제너럴모터스(GM)의 정체성을 부각하고 영향력 있는 수입 브랜드로 자리매김한다는 의도를 담았다.

GM 산하 픽업트럭·스포츠유틸리티차(SUV) 전문 브랜드 GMC를 국내에 도입한 것도 수입차의 입지를 넓힌다는 전략에서 나왔다. 쉐보레·캐딜락·GMC 등으로 멀티 브랜드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GMC가 지난 2월 첫 모델로 출시한 픽업트럭 시에라는 판매가 부진하다. 최고가 트림 드날리로만 구성돼 가격이 9330만원으로 비싼 것이 주원인으로 풀이된다. 픽업트럭은 국내에서 비인기 차종으로 꼽히는데, 경쟁차로 꼽히는 픽업트럭 포드 레인저는 지난달 GMC보다 8배 많은 113대가 판매됐다.

쉐보레 트래버스. /한국지엠 제공

쉐보레는 국내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제외하면 이쿼녹스·트래버스·타호·콜로라도·볼트EUV·볼트EV 등 나머지 모든 차종을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한다. 수입차 브랜드로 변신한다는 전략을 위해선 이들 차종의 판매가 중요한데, 올해 성적은 낙제점에 가깝다. 이 차종들의 올해 1~10월 누적 판매량은 4896대로, 전년 동기(7473대) 대비 판매가 34.5% 감소했다. 한국지엠이 수입자동차협회에 가입한 이래 올해 판매량은 역대 최소치다. 2020년 1~10월에 1만349대가 판매된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났다.

국내 생산 차종인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흥행하면서 내수와 수출을 이끌고 있지만, ‘정통 아메리칸 브랜드’로 수입차 시장에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GM의 고급 브랜드 캐딜락도 부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캐딜락의 국내 판매량은 2018년 2101대에서 2021년 987대로 내려앉았다. 올해 1~10월에도 744대 판매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