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가 오는 24일부터 국내에서 인증 중고차 판매를 시작한다.
현대차는 19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에 위치한 ‘현대 인증 중고차 양산센터’에서 인증 중고차 사업 출범 행사를 열었다. 상품화 작업을 완료한 팰리세이드 인증 중고차와 제네시스 G80 인증 중고차를 처음 공개하며 “신뢰도 높은 중고차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현대캐피탈이 취급하던 법인용 렌터카, 신차를 구매하려는 고객이 넘긴 중고차 등을 직접 매입한다. 양산센터는 매입한 중고차를 상품화하는 시설로 쓰고, 판매는 일단 온라인으로만 진행한다. 소비자가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중고차를 구매하면 이곳에서 출하하는 구조다. 양산과 경기 용인 등 두 곳에 인증 중고차 센터가 마련됐다. 5년·10만㎞ 이내 무사고 차만 판매 대상으로 삼는다.
◇ 270여개 항목 점검… 판매는 온라인으로만
양산센터는 하루 60대, 용인센터는 하루 30대의 차를 상품화한다. 현대차는 272개 항목, 제네시스는 287개 항목을 최첨단 장비를 이용해 정밀하게 점검한다. 진단 결과에 따라 정비나 판금·도장 등 품질 개선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점검 리포트’를 작성하며, 소비자가 볼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한다. 상용차는 중고차로 팔지 않고, 전기차·수소차는 추후 판매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중고차를 판매하는 (플랫폼 등) 업체가 내세우는 인증 중고차와 달리, 현대차 인증 중고차는 자사가 보유한 제조 및 서비스 기술을 활용한다는 차이가 있다”며 “오랜 기간 신차 생산과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쌓은 기술과 노하우가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인증 중고차 전용 웹사이트와 앱을 내놓았다. 상품 검색은 물론, 견적, 계약, 결제, 배송 등 모든 과정이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온라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중고차 내외부를 360도 가상현실(VR)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누유나 누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부 사진을 더했다. 실내 공기 쾌적도를 수치화하고 시동을 걸었을 때의 엔진소리를 녹음해 들려준다. 구입한 차는 소비자가 원하는 장소로 배송된다. 현대차는 향후 중고차를 살펴볼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을 마련하고, 인증 중고차 센터도 용인·양산 외에 추가로 구축할 계획이다.
개인이 현대차에 중고차를 판매하는 건 현대차·제네시스 신차를 구매할 때만 가능하다. 이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사업조정 권고안에 따른 것이다. 중기부는 작년 4월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하며 이같은 제한을 내걸었다. 현대차에 차를 팔 땐 인공지능(AI)이 매입가를 산출한다. 현대차는 최근 3년간 국내 중고차 거래 약 80%의 실거래 가격을 확보해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법으로 공정한 가격 산정 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전문 인력이 차 상태 확인을 위해 방문하는데, 사고 유무나 파손 상태만 확인하고 가격 흥정은 하지 않는다.
◇ 중고차 포털도 내놔… “정보 비대칭 해소하겠다”
현대차는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 ‘하이랩(Hi-LAB)’도 선보였다. 하이랩은 현대차·기아(000270)·제네시스뿐만 아니라 다른 국산 제조사나 수입차를 모두 포함한 차종별 시세 정보를 제공한다. 실거래 대수 통계를 통해 브랜드별·성별·연령별·지역별·가격대별·연료별 인기 모델을 제시한다. 또 제조사로서 보유한 자체 정기 점검·수리 데이터와 국토교통부·보험개발원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차의 성능·상태와 관련한 이력을 제공한다.
유원하 현대차 아시아대권역장 부사장은 “중고차를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객이 더 현명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정보를 공유하겠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중고차 거래 문화를 안착시킴으로써 국내 중고차 시장의 선진화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중고차 시장은 신차 시장보다 규모가 크다. 작년 국내 중고차 거래 대수는 238만대로, 신차 등록 대수의 약 1.4배다. 현대차는 중고차 시장 진출을 통해 중고차 소비자를 신규 고객층으로 확보하고, 트레이드인(타던 차를 중고차로 넘기고 추가 할인을 받는 방식) 프로그램을 도입해 신차 판매를 촉진할 방침이다.
다만 중소벤처기업부 권고안에 따라 한동안 판매량은 제한돼 있다. 전체 중고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2.9~4.1%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판매가 가능하다. 내년 4월까지는 점유율 2.9%, 내후년 4월까지는 점유율 4.1%를 넘지 않아야 한다. 현대차는 올해 연말까지 두 달여간 5000대 중고차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