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000270)가 새 전기차 EV5를 공개하면서 가격을 4700만~6700만원 사이로 발표했다.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쓰는 중국산 EV5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쓰는 EV5보다 2000만원 이상 저렴하다. 국내에서는 NCM 모델만 선택할 수 있어 일각에선 판매 가격이 높다는 반응이 나온다.

13일 기아에 따르면 기아는 전날 EV3·EV4·EV5를 공개하며, 이들 신차의 가격을 3만5000달러(약 4700만원)에서 5만달러(약 6700만원)로 책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아 EV5. /기아 제공

기아는 차종별 세부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송호성 기아 사장은 “(차명에서) 숫자가 높은 차가 더 높은 가격대의 모델”이라고 언급했다. EV5가 EV3·EV4보다 비싸다는 의미다. 이를 고려하면 EV5 국내 출시가는 5000만~6000만원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지난 8월 중국에서 EV5를 공개하며 가격을 최저 15만9800위안(약 3000만원)으로 낮게 책정했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EV5는 중국 현지(기아 옌청공장)에서 생산되며 LFP 배터리를 쓴다. 한국을 포함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EV5는 국내 광주공장에서 생산되며 NCM 배터리를 얹는다. NCM 배터리는 LFP 배터리보다 고급으로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길지만, 가격이 비싸다.

LFP 배터리에 대한 거부감은 줄고 있다. 중국산 LFP 배터리를 장착한 테슬라 모델Y 후륜구동(RWD)은 지난달에 4206대 팔렸다. 현대차(005380) 아이오닉5·6와 기아 EV6·9의 월간 판매 대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테슬라 모델Y 후륜구동은 이전 NCM 배터리 모델Y보다 2000만원 이상 가격이 저렴하다.

기아 중국 홈페이지에 게시된 EV5의 모습. 기아는 중국에서 EV5를 최저 15만9800위안(약 3000만원)에 팔고 있다. /기아 중국 홈페이지

자동차 업계는 가격 장벽을 낮출 수 있는 LFP 배터리를 주목하는 추세다. LFP 배터리와 NCM 배터리를 한 차종에 섞어 쓰는 시도가 많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가 그랜저를 살 때 고출력 엔진(3.5ℓ 가솔린)이나 저출력 엔진(2.5ℓ 가솔린), 이륜구동이나 사륜구동을 옵션으로 고르듯, 전기차를 살 때 LFP 배터리나 NCM 배터리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LFP 배터리는 중국산이 많지만,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 국내 기업도 LFP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송 사장은 전기차 대중화 전략에 대한 질문에 “전기차 가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 다양한 형태의 배터리 탑재를 검토하고 있다”며 “LFP 배터리의 경우 중국산뿐 아니라 국내산까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볼보와 포드는 LFP와 NCM을 한 차종에 쓴다. 볼보는 출시 예정인 전기차 EX30을 유럽 기준 최대 344㎞를 달리는 LFP 모델과 480㎞를 주행하는 NCM 모델로 구성했다. 유럽 기준 LFP EX30은 3만6590유로(약 5200만원), NCM EX30은 4만1790유로(약 6000만원)부터다.

포드도 올해 북미 시장에서 전기차 머스탱 마하-E에 LFP 배터리를 장착한 저가 모델을 라인업에 추가했다. 기존 NCM 모델보다 시작 가격이 3000달러(약 400만원) 저렴하다. 메르세데스-벤츠도 내년 말 출시하는 엔트리 전기차 CLA를 시작으로 소형차급 전기차에 LFP와 NCM 배터리를 함께 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