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2019년에 대리·과장·차장·부장 등의 직원 직급을 매니저와 책임매니저로 단순화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아직도 과거 직급으로 구분하고 있다. 다만 과거처럼 대리, 과장 등으로 구분하지 않고 영어로 호칭하는데 한글 직급의 앞 글자를 알파벳으로 조합해 만들었다.

예를 들어 대리는 'ㄷ'과 'ㄹ'을 따 DR로 부르고 부장은 'ㅂ'과 'ㅈ'을 따 BJ로 부르는 식이다. 같은 식으로 과장은 GJ, 차장은 CJ다. 주임(JI)과 사원(SW)도 표기법이 있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판매량이 글로벌 톱3인 현대차(005380)그룹에서 이런 식의 '콩글리쉬(Konglish·korean과 english를 합친 말로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영어)'를 쓰는 게 코미디 같은 일이라고 본다.

현대자동차 서울 양재 본사. /현대차 제공

임원 호칭도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임원에는 높임 표현인 '님(N)'을 붙인다. 상무는 SMN(상무님), 전무는 JMN(전무님), 부사장은 BSJN(부사장님), 사장은 SJN(사장님), 대표는 DPN(대표님)이다. 회사 관계자는 "그냥 직급만 썼을 때는 예의가 없어 보여 뒤에 N(님)을 붙인 것 같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다수의 대기업은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직급을 단순화하고 있다. 수직적인 문화에서는 부하 직원의 아이디어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사장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회사 내 외국인 임직원이 많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장유유서 문화가 남아 있는 한국에서 입사 10년차 직원과 1년차 직원이 같은 직급으로 묶이는 것이 불편하고 어색하다는 시각도 있다. 현대차에서도 시행 초기 매니저나 책임 매니저라는 이름이 입에 붙지 않아 많은 직원이 어색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에서 단순 직급 체계가 점점 정착되고 수평 문화에 익숙한 직원들이 들어오면서 알파벳으로 직급을 부르는 일은 많이 줄었지만, 비공식 문서에서는 여전히 GJ, BJ 등의 직급 호칭이 쓰인다. 회람, 명단 작성 등이나 회의 또는 회식 때 누가 상석에 앉아야 하는지 등을 정할 때 이 직급 호칭이 쓰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금은 알파벳 호칭을 쓰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며 "특히 신입사원은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를 정도로 회사 내 수평 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