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000270)가 12일 경기 여주시 마임비전빌리지에서 개최한 ‘2023 기아 EV 데이’에서 전기차 EV3·EV4·EV5를 동시에 공개했다. 대중적인 차체의 준중형·소형 전기차를 연속 출시해 전기차 대중화에 나서겠다는 목표다.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5는 내연기관 SUV 스포티지와 비슷한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차체를 갖는다. 아이오닉5와 EV6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 형태였다면, EV5는 정통 SUV 모양이다. 외관은 디지털 타이거 페이스, 별자리 램프 등 기아의 패밀리룩(통일된 디자인)을 따른다. EV9의 축소판 같다.

기아 EV5. /고성민 기자

EV5는 중국산 모델과 한국산 모델로 구분된다. 중국산 EV5는 중국과 일부 국가에서만 판매된다. 광주공장에서 생산되는 EV5는 국내와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된다. 중국산 EV5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한국산 EV5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쓴다.

기아 EV5. /고성민 기자
기아 EV5. /고성민 기자

EV5는 현대차(005380)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최초의 전륜구동 전기차다. 앞선 E-GMP 전기차들은 후륜구동이나 사륜구동으로 나왔다. 기아는 생산 단가가 저렴한 전륜구동 방식으로 EV5 가격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기아 EV5. /고성민 기자

트림은 스탠더드 2WD(이륜구동), 롱레인지 2WD·AWD(사륜구동) 등 3가지다. 스탠더드는 58㎾h, 롱레인지는 81㎾h 용량의 배터리를 각각 장착한다. 이륜구동 모델은 앞바퀴에 160㎾ 출력의 전기모터를 탑재하고, 사륜구동 모델은 합산 195~225㎾ 수준의 출력을 갖춘다. 배터리의 유휴 전력을 전체 전력망에 공급하는 V2G(Vehicle to Grid)를 도입했다.

기아 EV3. /고성민 기자
기아 EV3. /고성민 기자

콘셉트 EV3(이하 EV3)와 콘셉트 EV4(이하 EV4)도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EV3는 소형 SUV, EV4는 전기 세단이다. EV3는 사각형을 비대칭적인 각도로 잘라낸 듯한 휠 아치 구조가 특징이고, EV4는 기존 세단에서 볼 수 없었던 독창적인 형상을 갖는다. 둘 다 수직 방향의 별자리 램프를 장착해 다른 기아 전기차들과 디자인 정체성을 공유한다.

기아는 EV3·EV4·EV5를 3만5000달러(약 4700만원)에서 5만달러(약 6700만원) 사이 가격대로 출시할 예정이다. 또 EV3보다 작은 보급형 전기차 EV2를 3만5000달러보다 낮은 가격으로 내놓는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대중적인 전기차 모델로 가능한 많은 고객에게 기아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V3는 내년 상반기, EV4는 내년 말, EV5는 2025년 상반기에 각각 출시 예정이다.

기아 EV4. /고성민 기자
기아 EV4. /고성민 기자

기아는 보급형 전기차를 통해 연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을 2026년 100만대, 2030년 160만대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안정적인 전기차 생산 및 배터리 공급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2025년까지 글로벌 전기차 생산 거점을 8곳으로 확장한다.

송 사장은 이날 레벨3 자율주행 기능인 HDP(Highway Driving Pilot)를 양산차에 적용하기까지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기아는 올해 하반기 중 EV9 고급 트림인 GT라인에 HDP 기능을 넣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송 사장은 “실제 도로에서 발생하는 많은 변수들에 대해 대책을 찾고 개선하는 개발 과정을 계속하고 있다”며 “운전자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100% 확신을 가질 때까지는 실도로 테스트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걸리고 있는데, 좀 더 테스트가 필요하기 때문에 적용 시점은 조금 미뤄질 것”이라고 했다.

송 사장은 EV9 판매량이 미진하다는 말에는 “국내 판매가 기대만큼 많지 않지만, 미국과 유럽의 출시 초기 반응이 좋다”며 “플래그십(최고급 기종) 모델로서 최고의 사양과 기술이 적용돼, 전기차 라인업에서 EV9이 갖고 있는 의미는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 사장은 “EV9을 출시할 당시 젊은 수요층을 가져오는 게 목표였는데, 미흡하지만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