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가 1억원에 가까운 고급 미니밴 알파드를 국내에 출시했다. 이번에 나온 알파드는 4세대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이다. 알파드를 시승해 보니 VIP(귀빈) 의전에 특화된 차로 느껴졌다. 항공기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 같은 2열 시트가 특징이다.

도요타 알파드. /고성민 기자

도요타는 2002년 1세대 알파드를 출시했지만, 이 차를 국내에 선보이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9920만원의 고가에도 사전계약이 500대를 넘으며 올해 출고 물량을 초과했다. 일본에선 정치인과 연예인들이 애용하는 차로 유명하다. 가족용 차로도 인기가 많아 일본에서 알파드를 사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차체는 전장(차 길이) 5005㎜, 전폭(차 너비) 1850㎜, 전고(차 높이) 1950㎜다. 휠베이스(앞바퀴 중앙과 뒷바퀴 중앙 사이의 거리)는 3000㎜다.

미니밴답게 전고가 높다. 실내 높이만 1400㎜다. 세단의 전고가 통상 1400㎜ 안팎이다. 덕분에 승하차가 편리하고 2열 좌석에 앉았을 때 헤드룸(머리 위 공간)이 상당히 넉넉한 편이다. 알파드 개발을 총괄한 요시오카 켄이치 도요타 수석엔지니어는 “실내 높이 1400㎜는 고급 미니밴의 목숨과 같다”고 말했다.

도요타 알파드. /고성민 기자
도요타 알파드. /고성민 기자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직사각형의 미니밴 형태다. 전면과 측면이 강렬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앞을 꽉 채울 만큼 거대하다. 그릴 내부는 일본 무사의 갑옷처럼 강인한 형상으로 디자인했다. 측면은 굴곡진 선이 여럿이라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도요타는 ‘당장 돌진할 듯한 황소’의 이미지를 구현했다고 설명한다.

도요타 알파드. /고성민 기자

알파드는 의전차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도요타는 이번 시승 구간을 독특하게 구성했다. 서울 잠실에서 가평 아난티 코드까지 왕복 약 100㎞ 구간은 운전대를 잡지 않고 2열에 앉았다. 가평에서 원주의 한 카페까지 왕복 약 140㎞ 구간을 운전했다.

도요타 알파드. /고성민 기자
도요타 알파드. /고성민 기자

2열에 앉으니 항공기의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에 탑승한 듯했다. 2열 시트 각각에 스마트폰 형태의 무선 컨트롤러가 제공된다. 운전석 뒤편 탑승객과 조수석 뒤편 탑승객은 각자 취향대로 머리 위 독서등을 켜고 끄거나, 창문 햇빛 가리개를 여닫을 수 있다. 컨트롤러를 통해 차내 조명·공조 장치·오디오 등을 조작할 수 있고, 지붕의 선루프도 왼쪽 또는 오른쪽 절반만 개폐할 수 있다. 암레스트(팔 지지대)에서 테이블을 꺼내 업무를 볼 수 있다.

도요타 알파드. /고성민 기자
도요타 알파드. /고성민 기자

시트의 착좌감만 보면 소파에 앉은 것처럼 푹신해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보다 안락하다. 시트 표면은 나파 천연가죽이다. 시트를 뒤로 젖혀 전신 근육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무중력 자세로 기댈 수 있는데, 마치 누워 있는 것처럼 편안했다. 2열 시트는 마사지 기능도 지원한다.

도요타 알파드. /고성민 기자

2열에선 이동 도중 불쾌한 진동이나 소음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도요타는 노면에서 시트로 전달되는 진동을 차단하는 구조를 개발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도요타 최초로 시트에 방진고무와 저반발 우레탄 소재 등을 적용했다. 또 차체 강성을 기존 모델보다 50% 높였고, 노면에서 받는 주파수에 맞춰 진동을 흡수하는 주파수 감응형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이동 도중 몸이 편안한 것만 따지면 ‘회장님 차’로 유명한 여러 고급 세단보다 우세해 보였다.

도요타 알파드. /고성민 기자
도요타 알파드. /고성민 기자

운전대를 잡고 차를 몰아 보니, 컴퓨터를 켤 때 내부 팬이 거칠게 돌아가는 듯한 엔진음이 가속 상황에서 꽤 크게 들렸다. 2열에 앉았을 땐 거의 들리지 않았는데, 보닛과 가까운 운전석에선 거친 엔진음이 자주 귀를 파고들어 아쉬웠다. 장점은 매끄럽게 달린다는 점이다. 조타 정확도가 뛰어나 큰 차체에서 짐작되는 거동보다 동작이 훨씬 부드럽다. 가속이 강력한 차는 아니지만, 답답함이 느껴지진 않는다.

도요타 알파드. /고성민 기자
도요타 알파드. /고성민 기자

알파드는 2.5리터(ℓ) 하이브리드 엔진을 장착해 시스템 총출력 250마력, 최대 토크 24.4㎏·m를 발휘한다. 무단 자동 변속기(e-CVT)와 조합한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공식 수치가 발표되지 않았는데, 켄이치 수석엔지니어는 “9초 전후”라고 말했다. 공차중량은 2330㎏, 복합 연비는 13.5㎞/ℓ다. 사륜구동으로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