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8세대 5시리즈가 순수 전기차로 새 시대를 맞았다. 신형 i5는 5시리즈 중에서 처음으로 전기 동력계를 장착했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8세대 신형 5시리즈 전기차인 i5 e드라이브40과 고성능 i5 M60 x드라이브를 전 세계 최초로 시승했다.
5시리즈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같다. 헤드램프 눈매는 5세대 구형을 떠올리게 한다. BMW 디자인의 상징적 요소인 키드니 그릴(kidney·그릴 모양이 콩팥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은 둘레에 조명을 넣어 인상이 또렷하다. C필러(차 지붕과 하부를 잇는 기둥 중 앞에서 세번째 기둥)의 호프마이스터 킨크 디자인은 유지됐고 과거 BMW 디자인인 샤크 노즈(상어코 디자인)가 돌아왔다. 전반적으로 과거 감성을 살리는 레트로풍 디자인과 미래 지향적인 느낌이 조화롭다.
i5 e드라이브40은 그릴이 막혀 있다. 열을 식힐 엔진이 없어서다. 이 부위에는 각종 센서가 들어간다. i5 M60 x드라이브는 고성능 차로, 그릴 하단 부분을 고성능차의 공기 흡입구처럼 꾸몄다. 마치 대형 어류가 입을 크게 벌리고 먹잇감을 사냥하는 느낌이다. 폭발적인 성능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차체는 길이 5060㎜, 폭 1900㎜, 높이 1515㎜, 휠베이스(앞바퀴 중앙과 뒷바퀴 중앙 사이의 거리) 2995㎜다. 구형인 7세대(G30)와 비교해 길이가 125㎜ 늘었고, 너비는 40㎜, 높이는 60㎜ 커졌다. 휠베이스도 20㎜ 증가했다. 경쟁차인 메르세데스-벤츠 11세대 신형 E클래스와 비교하면 차 길이가 110㎜ 길고, 현대차(005380) 그랜저(5035㎜)와 비교해도 25㎜ 길다. 그간 BMW 5시리즈는 경쟁차들보다 크기가 작았는데, 이번에 확 바뀌었다.
실내에는 최신 디자인이 적용됐다. 신형 7시리즈부터 이런 변화가 이뤄졌다. 계기판과 중앙 디스플레이는 하나로 통합돼 하나의 긴 디스플레이가 장착됐다. 우주선의 조종석을 보는 느낌이다. 앞창을 통해 보이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그래픽이 간결하면서도 필요한 정보만 담았다.
7시리즈에 들어간 크리스탈 마감과 엠비언트 조명이 i5에도 적용됐다. 너무 멋을 부렸다는 평가도 있지만, 단순했던 실내 디자인이 고급스러워진 느낌이 있다. ‘마이 모드’ 버튼을 누르면 실내 분위기를 취향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BMW는 영화 음악 거장 한스 짐머와 협업해 실내음을 디자인했다. 모드 선택에 따라 들리는 음이 달라진다.
e드라이브40은 모터가 뒷바퀴에 1개 부착돼 최고 340마력, 최대 40.8㎏f.m의 성능을 낸다. 안전 최고속도는 시속 193㎞, 제로백(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6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가상의 엔진음이 나타난다. 경박하지 않고 진중한 음색이 묘하게 질주 본능을 자극한다.
5시리즈는 정확한 움직임을 보이는 차로 정평이 높다. i5 역시 이런 기조를 잃지 않았다.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토크로 원하는 속도까지 쉽게 오른다. 5시리즈가 지닌 역동적인 거동이 전기차라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는 게 BMW 설명이다. 핸들링은 운전자의 의도를 파악해 편안하고, 서스펜션은 차를 적절하면서도 민첩하게 떠받친다.
고성능인 i5 M60 x드라이브는 움직임이 더 격정적이다. BMW 고성능 브랜드 M 특성을 고스란히 담았다. 가장 극적인 성능을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은 리스본 남북부를 연결하는 바스쿠 다 가마 다리를 건널 때였다. 가속 페달을 꾹 밟자, 총길이 12.3㎞ 직선주로를 최고속도(시속 230㎞)로 튀어 나갔다. 이곳은 속도 제한이 없다.
아주 빠른 속도에서도 차는 제어력을 잃지 않았다. 다리 끝에는 톨게이트가 있는데, 브레이크는 급하지 않게 안정적으로 속도를 줄였다. 고성능 내연기관 이상의 주행 질감이 인상적이다. i5 M60 x드라이브는 두 개의 모터를 장착해 최고 601마력을 내고, 81.1㎏f.m의 최대토크를 갖는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3.8초다. 수치상으로는 600마력 이상의 슈퍼카를 능가한다.
굽잇길이 연속으로 나타나는 리스본의 해안도로에서도 i5 M60 x드라이브는 좌우 움직임을 안정적으로 가져갔다. 코너를 돌 때는 원심력을 최대한 줄이면서 매끈하게 빠져나간다. 기존 내연기관 5시리즈 기반 M 모델과의 주행 질감 차이가 크지 않다. 프란치스커스 반 밀 BMW M 최고경영자(CEO)는 “전기를 포함해 어떤 동력계를 운전하든 M 고유의 감성을 주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i5 e드라이브40과 i5 M60 x드라이브는 83.9㎾h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다. 삼성SDI(006400)와 중국 CATL 등이 공급한다. 충전은 기본 11㎾와 205㎾ 고출력을 동시 지원한다. 고속 충전을 이용하면 배터리 용량 10%에서 80%까지 약 30분이 걸린다. 주행거리는 국내 인증 기준 i5 e드라이브40 384㎞(복합), i5 M60 x드라이브 361㎞(복합)다.
BMW는 i5를 포함한 신형 5시리즈를 오는 5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출시한다. 가격은 i5 e드라이브40 9390만~1억170만원, i5 M60 x드라이브 1억389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