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수입차다. 2017년부터 6년 연속 국내 수입차 판매 1위를 지켰다. 내년 초에는 11세대 풀체인지(완전변경) 신형 모델이 출시된다. 독일 뮌헨에서 신형 E클래스를 미리 타봤다.
11세대는 2016년 10세대 E클래스가 나온 지 7년 만에 이뤄진 완전변경 모델이다. 길이 4949㎜, 폭 1880㎜의 차체를 갖는다. 휠베이스(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 사이의 거리)는 2961㎜다. 차가 점차 커지는 추세에 맞춰 길이(9㎜), 폭(20㎜), 휠베이스(21㎜)를 각각 늘렸다. 전 세대보다 실내 공간이 늘어 패밀리카(가족이 함께 타는 차)로도 좋다.
디자인은 상당히 과감해졌다. 전면보다 후면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벤츠를 상징하는 삼각별이 리어램프에 좌우로 각각 두 개씩 들어가 있다. 앞에도 삼각별이 많다. 전기차 메르세데스-EQ 모델처럼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에 작은 삼각별을 촘촘히 배치했다. 거침없이 드러낸 삼각별 로고는 중후한 인상보다 역동적이고 스포티한 인상을 준다. 기존 벤츠 디자인에 익숙한 소비자라면 과감한 변화가 좀 어색할 것 같다.
10세대 E클래스는 헤드램프와 그릴이 서로 떨어져 있었다. 헤드램프는 좌우로 각각 하나씩, 그릴은 정중앙 위치에 구분되게끔 배치하는 전통을 따랐다. 신형은 EQ 모델들처럼 그릴과 헤드램프 구간이 하나로 이어진다. 헤드램프 눈매는 전보다 날렵해졌는데, 헤드램프 상단에 직선형 주간주행등, 하단에 2개의 곡선형 주간 주행등을 독특하게 배치했다.
신형 E클래스는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시스템을 탑재한 가솔린, 디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등 총 3가지 파워트레인(동력계)으로 출시된다. 시승차는 외부 전원으로 배터리를 충전해 전기만으로도 달릴 수 있는 PHEV 모델이었다. PHEV 가운데 가장 상위 트림인 E400e 4매틱(MATIC)을 시승했다. 시스템 합산 최고 출력 280마력, 최대 토크 650Nm를 발휘한다. 엔진이 252마력, 전기모터가 95㎾의 출력을 담당한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3초다. 9단 변속기와 맞물린다.
시승 구간인 독일 뮌헨 주변 아우토반(고속도로)은 교통량이 꽤 많아 최대 150㎞/h 속도로 주행했다.
E400e는 고속에서도 여유롭게 가속하는 능력이 돋보였다. 가속 페달을 반만 밟아도 충분히 속력을 높인다. 풀 액셀을 밟지 않아도 넉넉하게 속도를 붙여, 고속에서도 가감속이 정밀했다. 가속 페달을 밟아도 실내는 조용한 상태를 유지하고, 서스펜션이 부드러워 편안하다. 장거리 운전도 안락한 비즈니스 세단의 장점이 느껴졌다. 스포츠 모드에서도 서스펜션이 상당히 부드러운 편이어서 역동성을 강조하는 스포츠 세단의 성격과 거의 정반대다.
PHEV 차종만 갖고 있는 일렉트릭 모드로 전환해 봤다. 순수 전기로 달리는 주행 모드다. E400e는 25㎾h 용량의 배터리를 장착해 유럽 WLTP 기준 1회 충전 시 95~109㎞를 달린다. 일렉트릭 모드에선 주행 속도와 관계없이 급격한 출력이 필요할 때 엔진이 개입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주행했다. 서서히 속도를 붙이면 시속 140㎞까지 오직 전기로만 가는데, 풀 액셀로 급격한 힘을 요구하면 시속 50㎞ 저속에서도 곧바로 엔진이 돌아간다.
전기로 급가속하는 것보다 엔진으로 가속하는 것이 승차감 측면에서 더 안락했는데, 전기로만 달리는 기능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
옵션으로 MBUX 슈퍼스크린을 선택하면 중앙 디스플레이와 동승석 스크린을 거대하게 합칠 수 있다. 대시보드 상단에는 실내를 향하는 카메라가 있다. 차가 정지한 상태일 때 운전자가 웹엑스를 통해 온라인 화상 회의를 할 수 있다. 차내에서 셀프 카메라 사진이나 비디오를 촬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