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일시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제조사 할인액에 비례해 보조금을 더 주는 방식으로 제조사가 전기차를 500만원 할인하면 최대 100만원 추가 지원한다. 최근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전기차 보급 계획에 차질이 예상되자 지원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세금으로 중국 배터리 업체 등 특정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은 7만8977대로 전년 대비 16% 늘었다. 판매량은 늘었으나 증가율은 크게 떨어졌다. 작년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70% 늘었다. 국내 친환경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상반기 33.0%로, 작년 같은 기간 42.7%에 비해 9.7%포인트(p) 줄었다.

현대차 아이오닉5. 현재 재고가 남아 생산월에 따른 할인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올해 4월 이전에 생산된 아이오닉5을 300만원 할인한다. /현대차 제공

전기차 제조사들은 재고가 쌓이자 할인에 들어갔다. 현대차(005380)는 올해 4월 이전에 생산된 아이오닉5·아이오닉6를 300만원, 5~7월에 생산된 코나 일렉트릭을 100만원 할인한다. 기아(000270)는 3월에 생산된 EV6·EV6 GT를 200만원, 3월에 생산한 니로 EV는 7% 할인한다.

판매가 부진하자 전기차 보조금도 많이 남았다. 서울시 보조금 집행률은 9월 현재 기준 39.4%다. 서울시는 올해 총 1만3688대에 보조금을 줄 계획이었으나 3분기 기준으로 5898대에 그친다.

기아는 3월에 생산된 EV6를 200만원 할인해 판매한다. /기아 제공

정부가 보조금을 더 주는 대상은 국고보조금 100%(680만원)를 받는 5700만원 미만 전기차가 대상이다. 국고보조금 680만원을 받는 아이오닉5 AWD 롱레인지 익스클루시브 19인치 모델(5698만원)을 서울에서 사면 지자체 보조금 180만원을 더해 4838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현대차는 4월 이전 생산분을 300만원을 할인하고 있다. 이번 대책으로 국고보조금을 60만원 더 받으면 실구매가는 4478만원으로 낮아진다.

정부 대책은 전기차 보급 부진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으나 일각에서는 현대차·기아 등 특정 기업을 세금으로 도와주는 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대차·기아는 국내 승용 전기차 판매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올 상반기 현대차·기아의 내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82.6%로 전년 같은 기간(79.5%)과 비교해 3.1%p 증가했다.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지원 논란도 거세다. 지난해와 올해 출시된 다수의 전기차는 중국산 배터리를 달고 있다. 현대차가 올해 4월 출시한 코나 일렉트릭과 기아가 지난해 6월 선보인 니로 EV에는 중국 CATL의 배터리가 장착돼 있다. 또 기아가 최근 선보인 경형 전기차 레이와 KG모빌리티가 지난 20일 출시한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토레스EVX도 중국산 배터리를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