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에어컨의 찬바람을 외부로 보내는 신기술이 나왔다. 앞 유리 부근에 호스를 연결하는 간편한 방식으로 캠핑 텐트나 농막, 야외 근무 노동자 등에게 시원한 바람을 공급하는 것이다.

현대차(005380)기아(000270)가 지난 22일 경기 화성시 남양연구소에서 개최한 '2023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선 이 기술이 이목을 모았다.

김민한(왼쪽) 현대차 MLV엔지니어링설루션팀 책임연구원이 지난 22일 경기 화성시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3 아이디어 페스티벌' 행사에서 자동차 에어컨의 찬바람을 외부로 보내는 신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고성민 기자

신기술의 이름은 V2GO(Vehicle to Global Outreach)다. 아웃리치(Outreach)는 '찾아가는 봉사활동'이란 뜻이다. 전기차 전력을 외부로 보내는 기술을 V2L(Vehicle to Load)이라고 명칭 하는 데서 따왔다. 무더위 극복에 도움을 주는 시원한 바람을 외부로 보내면 차가 찾아가는 쉼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닛에 있는 전용 커버를 연 뒤 배기호스를 차에 장착하고 반대쪽 호스를 더운 곳에 배치하면 된다. 희망 온도와 풍량은 차내 공조 버튼이나 스마트폰으로 조작할 수 있다. 겨울철엔 히터를 작동해 따뜻한 바람을 내보낼 수 있다. 구조적으로는 내연기관차도 가능한데, 내연기관차는 공회전 시 차와 환경에 좋지 않아 전기차에 중점을 뒀다.

행사가 진행되던 이날 정오쯤 남양연구소의 기온은 약 23℃였다. 연구원들이 기술 시연을 위해 준비한 텐트의 내부 온도는 약 33℃였는데, V2GO로 5분간 찬바람을 최대 풍량으로 공급하자 온도가 21℃까지 순식간에 떨어졌다.

V2GO 기술을 개발한 김민한 현대차 MLV엔지니어링설루션팀 책임연구원은 "앞유리창에 바람이 나오도록 한 성에 제거 기능에 착안해 외부 에어컨용 송풍 경로를 하나 더 추가했다"며 "자동차 공조기의 냉난방 성능은 가정용보다 약 1.5~2배가량 좋다"고 말했다.

김경환 현대차 바디선행개발팀 책임매니저가 지난 22일 경기 화성시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3 아이디어 페스티벌' 행사에서 신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운전자가 수어를 쓰면 차가 동작을 인식해 외부 스피커로 '아이스', '따듯한', '아메리카노', '라떼', '카푸치노', '톨', '그란데' 등의 소리를 낸다. /고성민 기자

이번 행사에선 현대차·기아 연구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올해 아이디어 페스티벌의 주제는 '세상을 바꾸는 마음 따뜻한 기술'이었다. 차가 운전자의 수어를 인식해 외부 스피커로 소리를 내는 기술도 나왔다. 청각 장애인이 드라이브 스루 카페를 방문했을 때 주문이 어렵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카페 점원의 음성은 차내 모니터에 자막으로 표출됐다.

아이오닉5를 이동형 투석 치료 병원으로 바꾼 아이디어도 나왔다. 지방의 일부 군(郡)에는 투석을 치료하는 인공신장실을 갖춘 병원이 하나도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

김성준 현대차 내장디자인2팀 책임매니저가 지난 22일 경기 화성시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3 아이디어 페스티벌' 행사에서 수상 구조 모빌리티를 소개하고 있다. /고성민 기자

바다 위에 스티로폼 부표처럼 생긴 물체를 띄워 수상 구조를 돕는 기술도 나왔다. 여러 개의 부유 로봇이 평소에는 로봇청소기처럼 해역을 함께 탐색하고, 익수자 신고가 접수되면 GPS로 위치를 파악해 사고 현장에 도착한다. 물에 뜨게끔 설계해 익수자가 부표를 붙잡고 본구조를 기다릴 수 있도록 한다.

현대차·기아는 임직원들의 연구개발 열정과 창의력을 장려하기 위해 2010년부터 매년 아이디어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연구개발(R&D) 핵심 거점인 남양연구소 연구원들이 주축이 되고, 중국에 위치한 연태·상해 기술연구소 소속 연구원도 참여한다.

현대차·기아는 임직원의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에 반영하고 있다. 현대차가 최근 출시한 신형 산타페에 적용한 '양방향 멀티 콘솔'은 2021년 행사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뒤 양산차에 적용됐다. 1열 탑승자 방향뿐 아니라 2열 탑승자가 위치한 방향으로도 열리는 수납함이다. 자율주행 배달 로봇을 만드는 스타트업 모빈은 2018년 이 행사에서 대상을 받은 뒤 사내 스타트업으로 성장해 분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