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기간에 극심했던 '카플레이션(car+inflation·자동차 가격이 오르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 주춤하는 모양새다. 수입차가 대규모 할인에 나서자 국산차도 일부 차종의 가격이 하향 조정됐다.
1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 아이오닉6, KG모빌리티(003620)(옛 쌍용차) 토레스, 르노코리아자동차 QM6 등이 이달 들어 줄줄이 가격을 인하했다. 정가에 한시적으로 할인을 적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예 가격표를 저렴하게 바꿔 달았다.
아이오닉6는 연식 변경 모델 '2024 아이오닉6′를 출시하며 롱레인지 익스클루시브 플러스 트림의 가격을 기존 5845만원에서 5775만원으로 70만원 내렸다. 익스클루시브 트림은 전자식 룸미러(ECM)와 레인센서 등을 기본 적용하고 가격을 동결했다. 프레스티지 트림도 보스(BOSE) 프리미엄 사운드를 기본화하면서도 가격을 동결했다. 그간 연식 변경으로 유상옵션을 기본 장착하면서 가격을 수백만원씩 올리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KG모빌리티의 대표 차종 토레스도 연식 변경 이후 가격이 내렸다. 토레스 T5 트림에 우적(물방울) 감지 와이퍼와 스마트 하이빔 등 옵션을 기본으로 넣고 가격을 55만원 인하했다. 르노코리아 QM6는 가격 인하 폭이 41만~200만원으로 더 크다. LPG 모델인 QM6 2.0 LPe의 RE 트림은 기존 3365만원에서 3170만원으로 낮아졌다.
수입차 브랜드에서도 할인 대신 가격표를 조정한 사례가 늘고 있다. 스텔란티스코리아의 지프는 이달 들어 랭글러, 그랜드체로키, 글래디에이터 등의 가격을 520만~940만원 내렸다. 랭글러 루비콘 2도어는 7710만원에서 6990만원으로 720만원, 그랜드체로키 리미티드 트림은 8550만원에서 7690만원으로 860만원 낮아졌다.
자동차 기업은 판매가 부진하거나 재고가 쌓일 때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격표 자체를 낮추는 것은 이례적이다.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난이 완화되며 백오더(주문대기) 물량이 줄었고, 금리 인상으로 수요가 감소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카플레이션 둔화는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미국 켈리블루북 조사에 따르면 올해 7월 미국 내 신차 평균 거래가격은 4만8334달러(약 6450만원)로, 전월 4만8671달러(약 6500만원) 대비 감소했다. 고가 자동차와 전기차의 할인이 다수 이뤄졌기 때문이다.
수입차는 국내에서 공격적으로 할인하고 있다. 자동차 구매정보 플랫폼 겟차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E250 익스클루시브는 7390만원에서 6396만원으로 993만원(13.4%) 할인 판매 중이다. BMW 4시리즈 420i 쿠페 M 스포츠는 6700만원에서 6050만원으로 650만원(9.7%) 할인 중이다. 아우디 A6 45 TFSI 콰트로 프리미엄은 8132만원에서 6668만원으로 1463만원(18.0%) 할인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