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신차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은 수많은 삼각별이다. 보닛 위에 달린 하나의 삼각별 엠블럼이 과거 벤츠의 공통 디자인 요소였다면, 요즘 벤츠는 삼각별을 차체 곳곳에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고든 바그너(55) 메르세데스-벤츠그룹 최고 디자인책임자(CDO)는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느껴지도록 한 디자인”이라고 했다.

고든 바그너 메르세데스-벤츠그룹 최고디자인책임자(CDO). /고성민 기자

바그너 CDO는 4일(현지시각) IAA 모빌리티가 열린 독일 뮌헨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바그너 CDO는 2016년 11월부터 벤츠그룹 CDO로 벤츠 신차 디자인을 책임져 왔다. 전기차 메르세데스-EQ의 모든 차가 그의 손을 거쳤고, C클래스·E클래스·S클래스 풀체인지(완전변경)도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바그너 CDO가 만든 벤츠 신차는 디자인이 젊고 파격적으로 변했다는 평을 듣는다. 독일에서 만난 바그너 CDO의 모습에서도 파격이 느껴졌다. 그는 반팔 티셔츠를 입고 공식 연설을 소화했고, 인터뷰 장소로 회의실이 아닌 실외 테이블을 골랐다.

그는 왼팔 부근에 영문으로 ‘버질 아블로X고든 바그너’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었다. 고(故) 버질 아블로는 루이비통 남성복 라인을 이끈 최초의 아프리카계 디자이너로, 벤츠와도 몇 차례 디자인 협업을 진행했다. 바그너 CDO가 입은 티셔츠는 벤츠와 아블로가 공식으로 출시한 상품이 아니고, 특별한 소재로 제작해 아블로와 바그너 두 사람만 갖고 있다고 한다.

메르세데스-벤츠 CLA 콘셉트. /고성민 기자

벤츠 신차 외관에는 수백~수천 개의 삼각별이 들어간다. EQ는 라디에이터 그릴에 수많은 작은 삼각별이 있고, 신형 E클래스는 리어램프가 삼각별 모양이다. 바그너 CDO는 “단순히 검은 부분이었던 라디에이터 그릴은 고급스럽지 않았다”며 “도트 무늬를 적용한 다이아몬드 그릴로 바꾸자 반응이 굉장히 좋았고, 이후 도트를 삼각별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치 루이비통 패턴처럼, 벤츠는 이를 스타 패턴(star pattern)이라고 명명한다. 디지털 분야나 기업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스타 패턴을 쓰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삼각별을 많이 쓰는 로고 플레이(로고를 부각하는 디자인)가 세대별로 호불호가 갈린다. 그는 “부모님 세대는 자녀 세대가 ‘좋다, 멋지다’고 하면 좀 더 관심을 두고 따라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 트렌드는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고든 바그너 메르세데스-벤츠그룹 최고디자인책임자(CDO)가 4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에서 연설하고 있다. /고성민 기자

바그너 CDO는 벤츠의 전기차 디자인을 내연기관차와 차별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전기차 EQS는 내연기관 S클래스와 생김새가 확연히 다르다.

그는 “EQ 모델이 미래지향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적응이 어려울 수 있지만, 차별화를 부각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디자인을 바꾼 것”이라며 “전기차를 타는 사람들은 스스로 전기차를 타고 있다는 것을 강하게 보여주고 싶어 한다”고 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플래그십 전기 세단 EQS./연선옥 기자

바그너 CDO는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함께 생산하는 동안에는 전기차를 미래지향적으로 만드는 전략을 계속 갖고 갈 것”이라며 “크로노그래프 시계와 스마트 워치의 고객군이 다르듯,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고객군은 다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