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현금을 쓸어 모으고 있다.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전동(전기로 움직이는 일)화 투자에 쓸 실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27일 현대차(005380)·기아(000270)·현대모비스(012330) 등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현대차 유동자산은 101조2580억원에 달한다. 유동자산은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뜻한다. 현대차 유동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96조389억원이었는데, 반년 새 5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보유 현금은 2분기 초 22조3690억원에서 2분기 말 20조7780억원으로 2조원가량 줄었다. 올해 초 밝힌 연간 10조5000억원의 투자 계획에 따른 것으로 여겨진다. 현대차는 올해 연구개발(R&D)에 4조2000억원, 시설투자(CAPEX)에 5조6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나머지 7000억원은 전략투자 몫이다.
지난달 현대차는 '현대 모터 웨이'라는 전략을 발표하면서 10년간 109조4000억원, 매년 약 11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33%에 해당하는 35조8000억원을 전동화에 쓴다. 이를 통해 2030년 연간 전기차 200만대 판매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기아는 6월말 기준 37조4140억원의 유동자산을 보유 중이다. 지난해 말보다 3조2670억원 늘었다. 보유 현금은 20조5540억원으로 현대차에 버금간다.
기아 역시 2027년까지 5년간 32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다. 전기차 판매는 2030년 기준 160만대가 목표다. 자율주행 기술과 목적기반차(PBV), 도심항공모빌리티(AAM), 로보틱스 등 미래 사업에 전체 투자의 45%를 쓴다는 방침이다.
현대모비스의 유동자산은 올해 2분기 27조397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1조3797억원 증가했다. 현금은 9조7314억원에서 3907억원 늘어난 10조1221억원으로 확대됐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기아와 함께 인도네시아, 북미 등에서 배터리 회사와의 합작투자(JV)를 펼치고 있다.
올해는 2분기 기준 R&D에 1조6407억원, 시설투자에 2조6406억원을 투자했다. 각각 전년 대비 44.3%, 25.8% 규모를 늘렸다. 시설투자의 경우 북미 전동화 투자에 1조580억원, 국내 전동화 투자에 2240억원을 썼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해외법인의 유보금을 본사로 배당하는 '자본 리쇼어링(re-shoring)'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마련한 재원은 모두 59억달러(약 7조5300억원)로, 현대차 21억달러(약 2조6800억원), 기아 33억달러(약 4조2100억원), 현대모비스 2억달러(약 2550억원)로 책정됐다. 이 배당금은 국내 전기차 분야 투자에 사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대표 3사의 현금 확보는 미래 모빌리티 전환을 위한 것으로, 정의선 회장의 평소 지론에 따라 전기차 산업 초기에 대규모 투자를 신속하게 집행하려는 것"이라며 "글로벌 전기차 톱3를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