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BMW 전기차 iX3를 구입한 김동오 씨는 최근 완속 충전이 잘되지 않는 현상을 겪었다. 출고 후 6000㎞를 주행하는 동안 수 차례 완속 충전 문제를 겪었던 김 씨는 지난달 도로 위에서 ‘구동장치 결함’이라는 내용의 경고와 함께 주행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이어 갑자기 변속이 되지 않는 ‘동력 상실’ 문제가 나타나, 김 씨는 긴급출동서비스를 불러 서비스센터에 차를 입고했다.
지난 4월 BMW iX3를 구입해 약 4600㎞를 주행한 박진호 씨도 주행 중에 구동장치 결함 경고메시지를 받았다. 박 씨는 “서비스센터에서 소프트웨어 오류라는 진단을 받고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했으나 언제 또 문제가 발생할지 몰라 불안하다”고 했다.
BMW 전기차에서 완속 충전할 수 없거나 운행 중에 동력 경고가 뜨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통합충전장치(CCU·Combined Charging Unit) 오류다. CCU는 전기차 내에서 배터리 충전과 전력분배를 제어하는 모듈(부품 덩어리)로 i4·i7·iX3·iX 등 최신 BMW 전기차에 장착돼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이들 BMW 전기차는 올해 상반기에 국내에서 2989대가 팔렸다.
CCU는 최근 ‘주행 중 동력상실’ 가능성이 발견된 현대차(005380)그룹 E-GMP 전기차의 ICCU(Integrated Charging Control Unit)와 기능 및 역할이 비슷하다. 현대차그룹 전기차에는 차량 배터리 전력으로 전기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V2L(Vehicle-to-Load) 기능이 있는데, BMW 전기차에는 이 기능이 없다는 게 차이점이다.
BMW 측은 해당 문제가 발생한 전기차에 대해 CCU를 교체해주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부품 교체 후에도 완속 충전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딜러(판매사)에 따라 부품 교체 없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문제가 해결됐다고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 BMW 측은 CCU를 구성하는 여러 부품 중 어떤 부위에 문제가 있는지도 밝히지 않고 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해당 사안으로 국토교통부와 리콜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CCU가 일반부품으로 분류돼 보증기간이 2년(주행거리 무제한)에 불과한 점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CCU는 배터리 충·방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품이지만, BMW는 핵심부품으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
BMW코리아는 현재 동력계 및 주요부품의 보증기간을 3년·6만㎞로 설정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ICCU를 전기차 핵심부품으로 보고 10년·16만㎞를 보증한다. BMW 보증기간보다 3배쯤 길다.
미국에서도 CCU 관련 리콜이 진행 중이다. 증상은 CCU 제조 불량으로 주행 중 동력 상실 등이 나타날 가능성이다. 미국에서 조사 중이고, 국내에서는 무상수리를 앞둔 현대차그룹 ICCU와 비슷한 문제로 업계는 추정한다. 미국 리콜 대상 차종은 iX·i4·i7 등 약 60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