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기아(000270)의 전기차 판매가 부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입차가 적극적인 할인 공세에 나서 국산 전기차와의 가격 차이를 줄인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현대차 아이오닉5. /현대차 제공

12일 현대차그룹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총 3만8673대의 전기 승용차를 판매했다. 작년 상반기(3만8673대) 대비 6% 증가한 수치로, 국내 전기차 시장 성장세를 고려하면 부진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반면 수입 전기차는 큰 폭으로 늘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수입 전기차는 올 상반기 국내에서 1만81대 팔려 작년 상반기(6294대)에 비해 60% 성장했다.

현대차·기아 전기차는 전 차종 판매량 감소가 목격되고 있다. 상반기 기준 현대차 아이오닉5는 1만5103대에서 9504대로 판매량이 37% 줄었다. 기아 EV6는 1만2158대에서 1만927대로 10% 감소했다. 제네시스 일렉트리파이드(전동화) G80은 1591대에서 690대로 반토막이 났고, GV60도 3401대에서 2483대로 판매가 27% 줄었다. 니로 EV는 작년 6월 출시돼 그달에만 2683대가 팔렸는데, 올 상반기 4852대 판매에 그쳤다. 지난해 9월, 지난달 각각 출시된 아이오닉6(6779대)와 EV9(1334대) 등이 없었더라면 역성장을 우려했을 상황이다.

출고 대기가 길었던 현대차·기아 전기차는 최근 지체없는 출고도 가능하다. 두 회사 7월 납기표를 보면 아이오닉5·아이오닉6·EV6·EV9의 출고 대기 기간은 1달 안팎이다. 쏘나타 하이브리드(10개월), 아반떼 하이브리드(12개월), 쏘렌토 하이브리드(14개월) 등의 대기 기간이 길다.

국산 전기차의 판매량 감소 원인은 수입 전기차의 할인 공세로 풀이된다. 작년 말부터 시작한 금리 인상과 자동차 수요 둔화로 수입차는 올해부터 대대적인 할인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산차와 수입차 간 가격 차이가 줄었다. 같은 값이면 수입차를 선호하는 소비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일정 비율 이상 전기·수소차를 판매하지 않으면 벌금을 매기는 ‘저공해자동차 보급 기여금’ 제도로 수입차 회사의 전기차 판매 동기를 키웠다.

국산과 수입차 간 가격 차이가 상당한 내연기관과 달리, 전기차는 국산과 수입차의 가격 차이가 원래도 크지 않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의 대표 전기차도 5000만원 이상의 고가를 형성하는 배경이다.

실제 쏘나타의 경우 최저가는 2808만원으로, 최저가가 5000만원대인 BMW 3시리즈 또는 아우디 A4, 6000만원대인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와 가격 차이가 있다. 반면 아이오닉5는 최저가가 5005만원으로, 아우디 Q4 e-트론(6170만원), 메르세데스-벤츠 EQB(7600만원), BMW iX3(8150만원) 등과 비교했을 때 내연기관보다 가격 차이가 작다. 여기에 할인이 더해지니, 가격 차이가 더 줄어드는 셈이다. 올 상반기 벤츠는 EQB를 600만원, BMW는 iX3를 900만원 안팎으로 할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