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현대차(005380) 아이오닉5에서 불거진 통합충전제어장치(ICCU·Integrated Charging Control Unit) 문제에 대해 최근 조사에 착수했다. 아이오닉5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기반해 만들어졌다. ICCU 문제는 국내에서도 세 차례 무상으로 수리를 한 사안이다. NHTSA가 안전과 관련된 사안이라고 판단할 경우 대규모 리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NHTSA 측에 접수된 아이오닉5 ICCU 문제는 인포테인먼트(정보와 오락의 합성어) 시스템에 경고 메시지가 표시된 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잔여 주행거리가 줄거나 전기차 전원이 꺼지는 현상이다. 달리다가 동력이 차단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NHTSA는 2022년형 아이오닉5에서 이와 관련한 불만이 30여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ICCU는 전기차의 배터리 사용·충전 등에 활용되는 여러 장치를 통합해 놓은 부품 덩어리(모듈)다. 전기차 전력을 외부에서도 쓸 수 있도록 한 V2L(Vehicle-to-Load)용 저전압 직류 변환장치(LDC·Low voltage DC-DC Converter), 12V 배터리 충전에 필요한 고전압 배터리 충전(OBC·On Board Chager)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현대모비스(012330)가 공급한다.
전기차 V2L 기능을 통합 모듈로 관리하는 건 현대차그룹이 전 세계 제조사 중 최초이며 유일하다. 그 때문에 적용 초기에 여러 문제가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NHTSA는 ICCU에 문제가 생길 경우 완속 충전 불량, V2L 사용 불가, 12V 배터리 충전 불량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
해당 기술은 E-GMP 기반 전기차에 주로 사용된다. 따라서 동일 플랫폼을 활용하는 아이오닉6, 기아(000270) EV6와 EV9, 제네시스 GV60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현대차 미국 법인은 이 문제에 대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총 171건의 문제 보고가 있었다고 밝히며 추운 날씨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에 현대차 미국 법인은 지난 2월 소프트웨어 개선 업데이트를 하기도 했다.
아이오닉5 등 E-GMP 전기차 ICCU 문제는 한국에서도 발생했다. 현대차는 2021년 3월 26일부터 8월 31일 사이에 제작된 아이오닉5에 대해 2021년 9월과 12월에 무상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기아도 2021년 7월 12일부터 9월 28일 생산된 EV6에 대해 동일 무상수리를 진행했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5월부터 개선된 ICCU를 적용하고 있다. 업계는 개선품 적용 이후 ICCU 문제가 다소 줄어든 것으로 파악한다.
최근에는 제네시스 GV60에서도 ICCU 문제가 발견됐다. 현대차 측은 기존 ICCU를 개선품으로 교체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부품을 교체해도 재발 우려가 있다는 사실도 알리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개선품을 적용하고 있으나, 추가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리콜(자발적 결함시정)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발생 빈도가 낮아 무상수리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 조사에서 안전과 관련한 결함이라고 판단되면 E-GMP 적용 전기차에 대한 대규모 리콜이 예상된다. 지난달 말 기준 E-GMP 적용 전기차는 전 세계에 40만대가 판매됐다. 국내 12만4162대, 해외 28만3708대다. 현대차 미국 법인 측은 “NHTSA 조사에 협조하고 있고, 7월부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ICCU 교체 등의) 서비스 캠페인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