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의 한 산길에서 스포츠카 ‘스피라(Spirra)’의 프로토타입(시제품)이 발견됐다. 이 차는 어울림모터스가 정식 제품을 출시하기 전인 2001년에 단 한 대만 생산한 PS-Ⅱ(프로토 스포츠카2)였다.

2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클래식카 애호가 하지환(29)씨는 지난 25일 청주의 한 산길에서 방치된 스포츠카 한 대를 발견했다.

지난 25일 충북 청주의 한 산길에서 발견된 프로토자동차의 PS-Ⅱ. / 하지환씨 제공

해당 스포츠카는 성인 남성 무릎보다 높이 자란 수풀 속에 방치돼 있었다. 앞 유리에는 청주시가 부착한 무단 방치 자동차 통보문이 비에 젖어 글자가 군데군데 지워진 상태로 붙어 있었다. 주민 불편과 도시 환경 저해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니, 차주는 차를 이동시키라는 내용이었다. 한쪽 헤드램프와 양쪽 리어램프가 깨지고, 실내에 이끼가 낄 만큼 오랜 기간 방치된 모습이었다.

지난 25일 충북 청주의 한 산길에서 발견된 프로토자동차의 PS-Ⅱ. /하지환씨 제공
지난 25일 충북 청주의 한 산길에서 발견된 프로토자동차의 PS-Ⅱ. /하지환씨 제공

현대차(005380) 각그랜저, 기아(000270) 엘란 오픈카, KG모빌리티(003620)(쌍용차) 각코란도, 대우자동차 구형 티코 등 1990년대에 생산된 자동차 4대를 보유한 하씨는 외관이 생소한 이 차를 보고 유심히 살펴봤다고 한다.

하 씨는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동네를 주행하다가 처음 보는 길로 잘못 들어섰고, 우연히 PS-Ⅱ를 발견했다. 하나뿐인 차를 발견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에 따르면 PS-Ⅱ는 7~8년 전부터 방치돼 있었다고 한다.

PS-Ⅱ가 지난 26일 어울림모터스에 의해 카 캐리어로 옮겨지고 있다. /하지환씨 제공
PS-Ⅱ가 지난 26일 어울림모터스에 의해 카 캐리어로 옮겨지고 있다. /하지환씨 제공

하씨는 차가 방치돼 있다는 사실을 어울림모터스에 전달했고, 어울림모터스는 지난 26일 PS-Ⅱ를 카 캐리어(자동차를 운반하는 트럭)에 실은 뒤 견인해 갔다. 어울림모터스는 PS-Ⅱ를 원형대로 복원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프로토자동차가 2001년 공개한 PS-Ⅱ의 당시 사진. /프로토자동차 제공

어울림모터스 관계자는 “이 차는 한 대뿐인 PS-Ⅱ가 맞는다”며 “PS-Ⅱ는 2001년 당시 파란색 차로 공개됐는데, 누군가 회색으로 도색한 것 같다”며 “방치된 경위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프로토자동차가 2001년 공개한 PS-Ⅱ의 당시 사진. /프로토자동차 제공

스피라는 국내 최초 수제 스포츠카 브랜드다. 쌍용차 디자이너 출신 김한철 사장이 설립한 프로토자동차가 개발했다. 프로토자동차는 2001년 콘셉트카 PS-Ⅱ를 발표했고, 이듬해인 2002년 PS-Ⅱ의 양산모델 차명을 스피라로 정하며 제4회 서울모터쇼에 출품했다.

그해 ‘서울모터쇼를 빛낸 베스트카’ 2위로 뽑혔으나, 자금난 등으로 2010년에야 시장에 공식 출시하며 판매를 개시했다. 프로토자동차가 어울림모터스에 인수(2007년)된 이후였다. 스피라는 출시 이후 가격 대비 상품성 부족 등으로 판매 부진을 겪고 금방 단종했다.

프로토자동차가 2001년 공개한 PS-Ⅱ의 당시 사진. /프로토자동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