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기아(000270)의 올 1분기(1~3월) 영업이익이 도요타와 GM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증가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밀어붙인 품질경영이 결실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글로벌 1위 도요타 누른 현대차·기아… 영업이익률 BMW와 대등

기아는 1분기 매출 23조6907억원, 영업이익 2조8740억원을 거뒀다고 26일 밝혔다. 각각 전년대비 각각 29.1%, 78.9% 증가한 수치다.

현대차는 지난 25일 올해 1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매출 37조7778억원, 영업이익 3조5926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4.7%, 86.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회사 분기 기준 사상 최고 실적이다. 현대차의 1분기 판매량은 102만1712대(전년 대비 13.2% 증가)로, 역시 분기 사상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 제공

두 회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6조4666억원으로 이날 실적을 발표한 GM의 1분기 순이익(23억9500만달러·약 3조2140억원)을 크게 앞섰고 업계 1위 도요타의 1분기 추정 영업이익 5조700억원보다 많다.

현대차는 1분기 영업이익률이 2013년 3분기(9.7%) 이후 최고인 9.5%를 기록했는데, 폭스바겐(7.3%), GM(6.2%), 도요타(5.3%)를 모두 앞질렀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독일 고급차 브랜드 BMW(9.8%)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의 영업이익률은 12.1%로 폭스바겐, GM, 도요타는 물론 BMW보다 높다.

◇ 제네시스·SUV 등 비싼차 팔아 수익

현대차와 기아의 이익이 대폭 개선된 것은 고부가가치 차종의 판매가 늘어난 영향이다.

올해 1분기 현대차가 판매한 전체 102만대 가운데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SUV 등의 비중은 57.8%에 달한다. 1~3월 판매된 현대차 10대 중 6대가 제네시스 또는 SUV였다는 얘기다. 2021년 48%와 비교해 9.8%포인트(p) 증가했다. 제네시스와 SUV는 상대적으로 판매단가가 높다. 고급 세단 신형 그랜저의 국내 판매가 본격화하면서 역시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현대차 제공

과거 현대차·기아가 가격 대비 높은 성능·품질을 앞세워 주요 시장을 공략했다면 지금은 가격과 관계 없이 품질과 상품성을 우선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른바 ‘제값받기’ 정책이다.

이와 더불어 품질 경쟁력을 내세운 품질경영에도 힘쓰고 있는데, 정 회장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JD(제이디)파워의 내구품질조사(VDS)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년 연속 미국 내 1위를 차지했다. 평점 160점으로 163점의 도요타, 165점의 GM을 앞서 글로벌 16개 완성차 그룹 중 1위를 차지했다. JD파워 내구품질조사는 점수가 낮을수록 좋은 차라는 의미다.

적자 구조였던 전기차 역시 이익 구조로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전무는 “전기차 마진은 장기적으로 영업이익률 10%를 계획하고 있다”며 “실제로 얼마나 정확한 숫자가 나오는지는 공개할 수 없지만, 현재 수익이 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기아 EV6 GT. /기아 제공

강희진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는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혼류 생산을 거쳐 전기차 시대로 전환하게 된다”며 “내연기관차와 원가를 분담하면서 내연기관차의 수익이 높을수록 전기차 흑자 구조도 빨라지는 구조를 갖는다. 현대차는 올해 전기차 흑자 전환이 예상되고, 기아는 지난해 6.1%의 이익에서 2026년 10.4%로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 3년 뒤 글로벌 1위 전망… 年 920만대 판매 전망

전동화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현대차가 오는 2026년이면 글로벌 1위 업체로 올라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685만대로 도요타와 폭스바겐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삼성증권이 최근 펴낸 ‘2026년, 글로벌 1위 업체가 바뀐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750만대 판매를 목표하는 현대차그룹은 2026년 920만대로 판매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주요 성장 지역은 미국과 인도로, 공장 증설에 힘입어 각각 50만대 이상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전동화·고성능 전략으로 시장 재침투에 나선 중국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해 판매를 회복하고, 생산설비 일부는 내연기관차 수출을 위한 기지로 활용하면서 판매량 증가를 노리고 있다.

아이오닉 5가 만들어지는 현대차 울산공장. /현대차 제공

테슬라가 촉발한 가격 인하 경쟁 속에서도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대당 원가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낮은 1만9000~2만4000달러로,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반면 도요타는 중국과 미국에서 전동화 전환 작업이 늦어지면서 각각 100만대, 50만대 이상 판매 감소가 예상된다. 이에 따른 2026년 전체 판매량은 900만대를 밑돌 것이라는 게 삼성증권 설명이다. 폭스바겐 역시 중국 판매 감소가 예측되는데, 중국에서 170만대가 줄어 2026년 판매량이 770만대에 그칠 전망이다.

테슬라는 2026년 멕시코, 독일 2공장, 인도네시아 공장을 가동해 570만대 판매가 예상된다. 글로벌 전기차 1위 업체인 비야디(BYD)는 중국 1위, 수출 성과로 500만대 판매가 예상된다. 다만 미국 진출이 어렵고, 유럽 안착에도 시간이 걸려 500만대 도달 이후에는 판매 정체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기아 대형 전기 SUV EV9. /기아 제공

강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위기 시기마다 글로벌 위상이 상승해왔다. 미국에서는 판매채널 및 상품전략의 변화, 인도에서는 과점지위를 기반으로 판매 증가가 예상된다”며 “현대차그룹이 위기에 강한 것은 밸류 체인 수직계열화에 기반을 둔 유연성 때문이다. 전기차 시대에도 유연성을 이어가려면 배터리 밸류 체인 장악력과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 고도화가 필요하다. 올해 이를 증명하지 못하면 글로벌 1위는 1년에 그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