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제로(0)를 위해 BMW가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투트랙 전략을 본격 가동한다. BMW는 적어도 2020년대 후반에는 양산 수소차를 시장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BMW는 한국을 수소차 테스트베드로 삼는다. 다른 국가보다 빨리 풍부한 수소 충전 인프라를 갖춘 덕분이다.

BMW그룹 수소 기술 및 자동차 프로젝트 총괄 위르겐 굴트너 박사는 지난 11일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열린 ‘iX5 하이드로젠 데이’에서 “향후 에너지는 기존의 화석 연료에서 풍력, 태양열 등 다양한 재생 에너지로 전환될 것”이라면서 “지금의 전기차로만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보다 장거리에서의 운반과 저장이 용이한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함께 활용했을 때 오히려 비용적인 면에서 더욱 경제적이며 탈탄소화를 더 빠르게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iX5 하이드로젠 데이에서 설명 중인 BMW그룹 수소 기술 및 자동차 프로젝트 총괄 위르겐 굴트너 박사. / BMW 제공

◇ 전기차·수소차, 경쟁 아닌 탄소제로 위한 선택지

굴트너 박사는 “BMW는 기존 내연기관차, 전기차뿐 아니라 미래 모빌리티의 새로운 대안으로 수소차를 (소비자의) 선택지에 두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i3로 전동(전기로 움직임)화 전략의 시작을 알린 BMW는 현재 순수 전기차 iX, i4, iX3, i7 등 다양한 제품을 시장에 내놨다. 여기에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530e, 330e 등도 소개하고 있다. 이런 전동화 제품군에 수소차가 정식으로 추가되는 건 2020년대 후반이 될 것이라는 게 굴트너 박사의 설명이다. 이날 실제 주행모습 등이 공개된 ix5 하이드로젠은 BMW 수소차 전략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굴트너 박사는 “BMW그룹은 탄소 배출 없는 모빌리티의 추가 선택지로 수소연료전지 기술 개발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iX5 하이드로젠에 적용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은 전기 동력 분야에서 BMW가 가진 선도적 개발 역량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BMW는 도요타와 2013년부터 수소차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iX5 하이드로젠은 이런 연구 성과의 결실이다. BMW 스포츠유틸리티차(SUV) X5에 수소 동력계를 얹어 만든 iX5 하이드로젠은 유럽에서 100대 미만이 생산돼 세계 각국에서 개발 시험이 이뤄지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은 도요타 미라이(2세대)와 동일한 것을 쓴다.

iX5 하이드로젠./ BMW 제공

◇ 전기차보다 높은 경제성… 전기·수소 인프라 같이 갖추면 더 경제적

BMW에 따르면 수소차는 전기차에 비해 차체 원자재를 100㎏ 덜 사용한다. 또 배터리 원자재 역시 전기차에 비해 90% 이상 적어 무게가 가볍다. 굴트너 박사는 “iX5 하이드로젠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수준으로 가벼우면서도 주행성능, 승차감은 전기차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프랭크 웨버 BMW그룹 개발 총괄 보드 멤버는 “(수소) 연료전지는 코발트, 리튬, 니켈과 같은 희토류 원자재가 필요하지 않으므로 원자재의 효율적 운용이 가능해져 다양한 대내외 위험 요소로부터 BMW 그룹의 지정학적 탄력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또 BMW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와 수소차 충전 인프라가 동시에 구축되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본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의 ‘청정 수소 파트너십’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기차 충전 인프라만 구축하게 되면 1조5630억유로(약 2258조원)가 필요하지만, 승용·소형 상용차의 52%, 5t(톤) 상용차의 64%를 수소차로 운영할 경우 1조250억(약 1500조원)으로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굴트너 박사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초기 투자 비용은 수소차보다 저렴하지만, 충전 인프라가 확대될 수록 전력망 등을 새로 갖춰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며 “수소 충전 인프라는 이런 부담이 덜한 편이다”라고 말했다.

iX5 하이드로젠./ BMW 제공

◇ iX5 하이드로젠 실제 타보니… 전기차와 같은 주행감각

BMW X5를 기반으로 개발한 iX5 하이드로젠은 뒷바퀴에 장착한 드라이브 유닛과 특별하게 개발된 배터리가 동력계의 근간을 이룬다. 전기터와 변속기, 파워 일렉트로닉스를 소형 하우징에 통합한 5세대 e드라이브 기술이 적용됐다. 최고 401마력을 내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6초 이하다.

외관이나 실내에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는다. 수소차를 상징하는 ‘푸른색’ 디자인 요소가 눈에 띌 뿐이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으니, 일반 전기차와 똑같이 ‘웅~’하는 전기음이 들린다. 계기판에는 H₂(수소) 충전량이 표시된다.

연료전지에 공급되는 수소는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으로 만든 2개의 탱크에 저장된다. 각각 700bar(바)의 압력을 지닌다. 6㎏의 수소를 실는데, 최대 504㎞를 달리는 수준이다. 이 수소 탱크를 모두 채우는 데 3~4분이 걸린다.

iX5 하이드로젠./ BMW 제공

가속 페달을 밟아 차를 움직였다. 역시 전기차와 같은 느낌이다. 동력원으로 수소를 활용하지만, 수소가 산소와 일으키는 화학반응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쓰기 때문에 기본적인 구조가 전기차와 같다. 높은 토크로 차를 빠르게 밀어낸다. 즉각적인 반응이 재미있다.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의 트랙은 총 길이 2.6㎞로, 최고속도를 낼 수 있는 구간과 여러 코너가 복합 구성돼 있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써야하는 친환경차 특성상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도 제동이 이뤄진다. 제동 시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배터리로 보내는 회생제동 기술이 적용돼 있기 때문이다. 속도를 줄여 코너를 돌 때 브레이크 페달을 거의 밟지 않아도 될 정도로 꽤 강한 회생제동이 걸린다. 또 함께 발생하는 폐열은 차 안을 덥히는 데 쓰인다.

iX5 하이드로젠 데이에 참여한 BMW그룹 수소 기술 및 자동차 프로젝트 총괄 위르겐 굴트너 박사. / BMW 제공

과거 경험해 본 현대차 넥쏘나 도요타 미라이(1세대) 등도 전기차와 유사한 주행 질감이 있었다. 굴트너 박사는 “iX5 하이드로젠은 배출가스 없는 드라이브 시스템의 친환경적 장점과 뛰어난 가속력, 부드럽고 조용한 승차감으로 대변되는 전기차의 장점, 장거리 주행 능력을 결합한 모델”이라며 “수소연료전지 기술은 충전 소요 시간 등 순수전기 구동 시스템이 지닌 단점을 보완하는 매력적 대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