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계약하시면 내년에 받을 수 있습니다."
자동차 출고 적체가 빠르게 완화되고 있으나, 하이브리드카(내연기관과 배터리를 모두 장착한 차) 만큼은 시장에서 큰 호응을 받으면서 여전히 계약 후 오랜시간이 지나야 차를 받을 수 있다. 인기가 많은 모델은 1년 안팎을 기다려야 한다.
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최장 2년여에 달하던 자동차 출고 대기 기간이 최근 빠르게 줄고 있다. 경기침체와 금리인상 등으로 계약된 물량(백오더)이 대량 취소되는 등 수요가 줄고 있는 탓이다. 또 자동차 생산에 발목을 잡았던 반도체 수급 문제도 일부 해소돼 생산 물량 자체도 늘었다.
현재 현대차(005380) 아반떼 가솔린 모델은 계약 후 한달 반이면 차를 받는다. 최고 인기 차종 중 하나인 그랜저 2.5 가솔린은 4개월만 기다리면 차를 가질 수 있다. 기아(000270) 쏘렌토 가솔린 모델도 2~3개월이면 출고가 가능하다. 2년 넘게 기다려야 했던 제네시스 GV80의 경우 현재 계약 시점 기준으로 대기 기간이 7개월로 줄었다. 인기 차종인 기아 카니발(디젤)도 3개월 만에 출고된다.
소비자가 줄을 서야 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던 전기차도 최근 출고 대기시간이 크게 줄었다. 10개월 이상이던 아이오닉 5의 대기 기간은 최근 6개월로 단축됐다. 아이오닉 6는 계약 후 두 달이면 차가 나온다. 제네시스 G80 EV는 한달, GV60는 3개월이 걸린다. 출고 대기 시간이 1년 이상으로 늘어졌던 기아 EV6는 최근 6개월로 줄었다.
전반적으로 출고 대기 시간이 감소하고 있는 것과 다르게 하이브리드카는 여전한 인기로 출고 대기 기간이 길다. 차종별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열달 이상 기다려야 계약한 차를 받을 수 있다.
현대차 아반떼 하이브리드의 경우 출고 대기기간이 12개월에 달한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8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투싼 하이브리드와 싼타페 하이브리드도 각각 대기 기간이 10개월, 12개월이다.
기아 K8 하이브리드는 8개월로 비교적 대기가 짧지만,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10개월 이상 출고가 밀려있다. 국내 하이브리드 차종 중 가장 인기가 높은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오늘 계약하면 내년 6월에나 차를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하이브리드카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그러나 연료효율과 성능이 좋아 점점 퇴출되고 있는 디젤 차종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한다.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이후 소비자가 디젤차를 기피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도 하이브리드 인기에 한몫했고, 신차를 구매할 때 중고가 가격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면서 가격 방어가 잘 되는 하이브리드카에 관심이 높아진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하이브리드카는 오로지 연료효율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최근에는 제품 신뢰성과 중고차 가격, 전기차 과도기 등이 겹쳐져 하이브리드카의 인기가 높다"며 "여러 장점을 결합한 결과 하이브리드카가 대체 불가 차종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