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판매가 주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보다 실용적이고, 단독 내연기관차보다 효율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있으나, 보조금이 없어 차 가격이 비싸다는 게 발목을 잡힌 것으로 보인다.

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국내 PHEV 판매량은 1953대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4141대와 비교해 판매량이 52.8% 줄었다.

레인지로버스포츠 PHEV 충전구의 모습. /재규어랜드로버 제공

PHEV는 국내 시장에서 국산차가 없어 수입차 독무대다. 현대차(005380)그룹은 투싼·쏘렌토·싼타페 PHEV를 해외에서만 판다.

올해 1분기 수입차 판매량은 총 6만1684대로 작년 1분기(6만1732대)와 큰 차이가 없다. 연료별로는 전기차의 경우 3551대로 전년(2576대) 대비 37.8% 늘었고, 하이브리드차 판매량도 1만9763대로 전년(1만5993대) 대비 23.6% 증가했다. 전반적인 친환경차 판매 증가세가 엿보이는 가운데, PHEV만 인기가 시들하다. 퇴출 수순을 밟고 있는 디젤차의 판매 감소폭보다 크다. 디젤차는 1분기에 5568대 팔려 전년(8924대) 대비 판매량이 37.6% 줄었다.

PHEV는 전기모터로만 30~70㎞ 안팎을 달릴 수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말한다.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을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차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전기차처럼 외부에서 배터리를 충전해 연료효율을 높인다. 도심지에서는 전기차처럼 순수 전기 주행이 가능하다. 긴 거리를 가야할 때는 내연기관을 이용하면 돼 전기 충전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다.

단점은 가격이다. 일반적으로 PHEV는 동급의 가솔린 모델보다 약 1000만~2000만원 비싸다. BMW 3시리즈의 PHEV 모델인 330e는 가격이 6860만원부터인데, 3시리즈 가솔린 320i는 5540만원부터다. 볼보 XC60 PHEV도 가격이 8590만원부터로, 가솔린은 6290만원부터여서 PHEV의 진입장벽이 높다. 도요타 RAV4 PHEV는 5570만원부터 시작해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500만원 이상 비싸다.

전기차도 가격이 비싼 편이다. 그러나 보조금이 있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살 수 힜다. PHEV는 2021년 구매 보조금이 사라졌다. 보조금을 받을 때도 하이브리드차와 거의 차이가 없어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유럽연합(EU)이 2035년 이후 신규 승용차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전면 금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PHEV도 퇴출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내용을 담은 EU 탄소감축 입법안이 지난달 EU 27개국 각료급 이사회인 교통·통신·에너지이사회에서 최종 채택됐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보고서에서 "EU 회원국은 PHEV에 대한 구매보조금 지원을 축소하기 시작했다"며 "PHEV의 실제 배출량이 공식 기록 배출량보다 많다는 지적도 대두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