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가 상용화를 앞둔 레벨3 자율주행 시스템 HDP(Highway Driving Pilot)의 최고 속도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31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3년형 제네시스 G90에 레벨 3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HDP를 적용할 예정이었지만, 연말로 미뤘다. HDP는 고속도로에서 일정 속도로 운전자 개입이 없는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차가 스스로 가속과 감속을 하며 차로를 유지한다. 갑작스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만 운전자 개입이 이뤄진다. 현대차는 기술적 문제를 보완하고, 안전 성능을 높이기 위해 HDP 적용을 연기한다고 설명했다.

2023년형 제네시스 G90. /제네시스 제공

현대차는 제네시스 G90에 적용될 HDP의 최고속도를 시속 100㎞로 높이려고 한다. 국내 고속도로 환경을 고려한 것이다. 이미 기술 개발은 완료하고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 논의만 남은 상태다. 현대차 고위 임원은 “우리나라 고속도로에서 시속 80㎞ 제한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현재 국토부 등과 자율주행 제한 속도를 시속 100㎞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자율주행 기술은 6단계(레벨 0~5)로 분류한다. 레벨3은 특정 조건에서 운전자 개입이 최소화된 단계로 통상 레벨3 기술부터 자율주행차로 지칭한다.

EV9 GT-라인. /기아 제공

현재 테슬라 등이 구현하는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2에 해당한다. 때문에 미국 캘리포니아 등에서는 테슬라 기술을 온전한 자율주행이라고 보지 않고, 테슬라가 FSD(완전자율주행·Full Self Driving)라는 용어를 올해부터 쓸 수 없게 제한하고 있다. 운전자들이 테슬라 차가 자율주행할 것으로 오해해 실제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등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기아(000270) 순수전기차 EV9에도 HDP가 적용된다. 다만 시속 80㎞ 버전이 들어간다. 이는 내수용 제품과 수출용 제품의 차이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위주인 G90과 달리 해외 판매도 이뤄질 EV9의 경우 자율주행 최고속도를 상향하려면 출시 국가의 관계 당국과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레벨3 자율주행을 상용화한 회사는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일본 혼다의 일부 차종이다. 제네시스와 기아가 레벨3 기술을 상용화하면 세계 세번째가 된다. G90이 시속 100㎞로 자율주행을 하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율주행차에도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올해 초 미국 네바다주(州)에서 세계 최초로 레벨3 기술 승인을 받은 벤츠의 경우 시속 약 64㎞(시속 40마일)이내에서 자율주행이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