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가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르노그룹의 고성능 브랜드 알핀(Alpine)의 2도어 스포츠카를 시험주행하고 있다.
29일 호주 자동차 전문지 드라이브 등에 따르면, 뉘르부르크링 경주 트랙에서 교관으로 활동하는 한 레이서 겸 유튜버는 이달 중순 현대차 소유의 알핀 스포츠카를 발견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사진을 게시했다. 현대차 뉘르부르크링 테스트 센터 인근에 주차된 알핀 A110S의 모습이었다. 이 차량의 번호판 문구는 현대차가 독일에서 출고한 차라는 의미를 내포한 ‘GG-HY’로 시작했다.
현대차는 2013년 뉘르부르크링에 테스트 센터를 짓고 신차의 주행 성능과 내구성을 점검하고 있다. 뉘르부르크링은 가혹한 주행 코스로 악명 높은 곳이다.
자동차 기업이 경쟁사 자동차를 구매해 참고삼아 연구하는 건 흔한 일이다. 현대차는 코나N 개발을 위해 폭스바겐 티록R을, i30N 개발을 위해 해치백 혼다 시빅 타입R을 각각 매입해 뉘르부르크링에서 시험했다. 도요타는 전기차 플랫폼을 새로 만들기 위해 올해 초 테슬라 모델Y를 완전히 분해했으며, 미국 GM은 경쟁사 자동차 분해연구를 담당하는 별도 연구소를 통해 현대차·BMW·포드·닷지 등 경쟁 차량을 분해하는 모습이 외신에 보도된 적이 있다. 미국 포드도 “모든 경쟁사의 자동차를 구입해 분해하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시 조립한다”고 밝힌 바 있다.
벤치마킹은 업계 관행인데, 알핀 A110S는 현대차그룹과 직접 경쟁하는 모델이 아니라는 점에서 현대차가 시험주행 하는 까닭에 관심이 모인다. 알핀 A110S는 2019년 출시된 모델로, 공차중량이 1114㎏에 불과한 2도어 경량 스포츠카다. 길이 4180㎜, 폭 1798㎜, 높이 1252㎜로 가격은 1억원이 넘는다. 포르셰 718 카이맨, BMW Z4, 도요타 GR 수프라 등이 경쟁 모델이다. 스포츠카를 생산하지 않는 현대차그룹으로선 경쟁 모델이 없다.
현대차그룹이 출시할 것으로 점쳐지는 스포츠카는 제네시스의 ‘X 컨버터블’이 유일한데, 알핀 A110S와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제네시스 X 컨버터블은 전기차여서 배터리를 탑재하는 만큼 알핀 A110S보다 두 배가량 무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 현대차그룹이 작년에 공개한 N Vision 74(엔 비전 칠사) 스포츠카 콘셉트 역시 수소 하이브리드 엔진을 쓰며 알핀 A110S보다 무게가 두 배 이상(2472㎏)이어서 직접 비교 대상이 아니다.
현대차는 고성능 브랜드 N 모델의 주행감을 가다듬기 위해 알핀 A110S를 시험주행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직접 경쟁 모델은 아니지만 경량 스포츠카를 시험주행 하며 N모델의 전체적인 균형과 핸들링을 점검한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2017년 i30N을 시작으로 2018년 벨로스터N, 2020년 i20N, 2021년 코나N·아반떼N 등을 차례로 선보였다. 전기차 아이오닉5N도 출시 예정이다.
현대차가 실제로 경량 스포츠카를 출시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카버즈는 “가능성은 낮지만 현대차가 실제로 미드십 스포츠카를 개발할 수도 있다”고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신차를 개발할 때 보통 다양한 차량을 테스트하며 연구개발 한다”면서 “스포츠카 개발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