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61390)(한국타이어) 경영에 비상이 걸렸다. 조현범 회장이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되며 경영권에 공백이 발생한 데 이어 대전공장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해 생산 차질과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13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9분쯤 대전시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2공장(연면적 8만6769㎡)이 전소됐다. 2공장 물류동에 있던 타이어 완제품 약 40만개는 불타 소실됐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은 남쪽 1공장, 북쪽 2공장으로 나뉘는데, 공장의 절반이 전소될 정도로 피해가 막심하다.

13일 대전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약 13시간 만에 주불이 진화된 공장 위로 연기가 보이고 있다. /뉴스1

대전공장은 당장 생산중단에 들어간다. 한국타이어는 이날 "대전공장 내 가류 공정 화재 발생으로 대전공장의 생산을 중단한다"며 "현재 사고 경위 및 피해 상황을 확인 중"이라고 공시했다. 이어 "조속한 작업 재개를 통해 차질을 최소화하겠다"며 "생산 재개 예정일이나 기타 변동사항은 상세 내용이 확정되는 대로 재공시하겠다"고 했다.

업계는 대전공장이 생산을 재개하기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공장은 외부 화재 피해를 직접 입지 않았으나, 2공장과 전기·가스 배관을 공유하고 있어 함께 생산을 중단했다. 화재 조사를 마치고 배관 공사를 거쳐야 해 복구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소방 당국은 굴삭기 등을 동원해 1·2공장 연결통로를 파괴하며 불길이 1공장까지 확대되는 것을 간신히 막았다.

한국타이어는 중국과 헝가리, 인도네시아, 미국 등 외국에도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데, 대전공장은 금산공장과 함께 한국타이어의 국내 생산을 양분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에 따르면 대전공장의 매출은 2021년 기준 1조1677억원으로, 한국타이어 전체 매출 7조1411억원의 16.5%에 해당한다. 만약 대전공장이 한 달간 생산을 멈추면 약 973억원의 매출 타격을 입는다. 1공장이 생산을 재개하더라도 생산 능력은 이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머문다.

이번 화재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 금액은 수천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한국타이어는 이날 "KB손해보험, 삼성화재(000810), 현대해상(001450), DB손해보험(005830) 등 4개사가 공동 인수한 재산종합보험에 가입했다"면서 "재산종합보험가입금액은 대전공장 전체로 총 1조7031억원"이라고 공시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대전공장이 보험에 가입할 때 보험사에서 책정한 대전공장 가치가 1조7031억원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2공장 전소는 단순 추산으로 한국타이어에 8515억5000만원의 손실을 발생케 했다는 의미가 된다.

한국타이어는 화재로 인한 직접 피해는 보험금으로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타이어는 "보험금의 규모는 보험회사의 손해사정 결과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해당 재산종합보험의 보험금 상한액은 현재로선 알기 어렵다"고 했다.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한국타이어는 작년 매출 8조3942억원, 영업이익 705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7.5%, 9.9% 증가한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상반기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물류대란 등 어려운 경영환경이 겹쳤으나 하반기에는 원자재와 선임 비용이 안정화하고 우호적인 환율 상황이 조성되며 실적이 개선됐다.

그러나 대규모 화재와 오너 공백으로 올해 경영 환경은 녹록지 못하다. 앞서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횡령·배임)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지난 6일 검찰에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