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3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제네시스 플래그십 세단 G90이 다음달 출시된다.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는 최근 전국 제네시스 지점과 대리점에 2022년형 제네시스 G90을 이달 중 단산(斷産)한다고 공지했다. 그러면서 “계약자를 상대로 컨버전(계약 내용 변경)을 준비 바란다”고 밝혔다. 2022년형으로 즉시 출고를 희망하는 계약자를 파악해 3월 생산 물량에 최우선 반영하고, 나머지 소비자는 신형 모델로 계약을 변경하는 절차다.

제네시스 G90. /제네시스 제공

제네시스 G90은 이달 중 단산하고 다음부터 신형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2022년형 출고를 희망하는 소비자 규모와 자재 공급·공장 상황 등 변수에 따라 일정은 달라질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중 신형 제네시스 G90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형 G90은 2021년 4세대로 풀체인지(완전변경)된 모델로, 올해는 연식변경만 한다. 연식변경은 디자인이나 파워트레인(동력계) 변화가 없고 주로 옵션과 가격만 달라지는데, G90은 레벨3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을 장착하고 양산되는 첫 차다.

신형 G90은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하이웨이 드라이빙 파일럿(HDP·Highway Driving Pilot) 기능을 탑재한다. 미국자동차공학회(SAE)가 분류한 자율주행 0~5단계 중 3단계에 해당하는 기술이다. 운전자는 고속도로나 강변북로 등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운전대를 잡지 않고 시속 80㎞까지 자율주행에 맡길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당초 작년 4분기에 G90을 출시하려 했으나, HDP 적용 속도를 시속 60㎞에서 80㎞로 상향하며 올해 상반기로 출시를 연기했다.

레벨3 자율주행은 진정한 자율주행의 시작점으로 꼽힌다. 차량의 통제권이 운전자에서 자동차로 넘어가는 첫 단계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양산차에 하이웨이 드라이빙 어시스트2(HDA2·Highway Driving Assist2) 기능을 적용하는데, 이는 레벨2 자율주행에 해당한다.

HDA2는 차간 간격과 조향을 유지하지만,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떼면 “핸들을 잡으십시오”라는 경고음을 낸다. 경고음이 지속했음에도 핸들을 계속 잡지 않으면 자율주행 기능을 강제로 종료한다. 전방 주시와 차량 통제권을 유지하라는 의미다. 운전자는 항상 운전대를 잡은 채로 전방을 주시해야 하며, 차선을 변경할 땐 직접 방향지시등을 작동시켜야 한다.

반면 레벨3 자율주행은 차가 목적지로 향하며 스스로 차선을 변경하고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떼는 것을 허용한다. 운전자는 주행 중 팔짱을 끼거나 휴대폰을 보는 등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해 공식 인증을 받은 차량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일본 혼다 레전드 등 일부 모델에 불과하다.

신형 G90은 이미 신차 출시를 위한 배출가스 및 소음 인증을 통과했다. 연비 인증도 마쳤다. 19인치 타이어 기준 G90 3.5T-GDI 2WD(이륜구동) 모델은 연비가 9.2㎞/ℓ, G90 3.5T-GDI AWD(사륜구동) 모델은 연비가 8.0㎞/ℓ다.

현대차그룹의 레벨3 HDP 기술은 기아(000270)가 다음달 출시할 예정인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9에도 탑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