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시작된 '노재팬(No Japan·일본 제품은 사지 않는다)' 운동으로 어려움을 겪은 도요타가 국내에서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재팬 여파가 수그러든 데다, 도요타가 인기 모델을 대규모로 들여오며 백오더(주문대기)를 상당 부분 줄였기 때문이다.

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렉서스 하이브리드차 ES300h는 지난달 수입차 중에서 국내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렸다. ES300h는 967대가 팔려 BMW 520(1310대)의 뒤를 이었다.

렉서스 ES300h. /한국토요타자동차 제공

도요타는 올 들어 국내 판매 회복세가 뚜렷하다. 올해 1~2월 도요타는 960대가 팔려 전년 같은 기간(583대) 대비 판매량이 64.7% 늘었다. 렉서스는 작년 1~2월 987대 판매에 그쳤으나, 올해 1~2월에는 두 배에 가까운 1920대를 팔았다. 렉서스는 BMW·벤츠·아우디에 이어 국내 판매 4위 브랜드로 껑충 뛰었고, 도요타도 8위까지 순위가 올랐다. 작년 1~2월 수입차 판매 순위는 BMW,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볼보 순이었다. 렉서스는 9위, 도요타는 12위였다.

도요타의 회복은 노재팬 운동이 5년차로 접어들며 확연히 사그라든 영향이 있다. 도요타는 2018년에 렉서스를 포함해 국내에서 3만114대를 판매했으나, 노재팬 여파로 2019년 2만2852대, 2020년 1만5065대로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도요타의 국내 법인 한국토요타자동차가 일본 본사로부터 인기 물량을 대거 확보해 입항시켰다는 점도 유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는 반도체 수급 부족 등으로 계약 이후 수개월가량의 대기 기간이 필요한데,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작년보다 많은 물량을 한국에 공급하며 대기 기간을 줄였다.

렉서스 ES300h는 최상위 이그제큐티브 트림의 경우 작년에도 대기 기간이 최대 1년에 달할 정도로 백오더가 많았다. 올해 들어선 입항 물량이 늘며 작년 9월 계약자도 차를 받았을 정도로 주문 대기 물량을 해소하고 있다. 이그제큐티브 트림보다 수요가 적은 럭셔리 플러스 트림은 즉시 출고가 가능할 정도로 입항 물량이 많았다.

콘야마 마나부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이 지난달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업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토요타자동차 제공

콘야마 마나부 신임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이 올해 1월 새로 부임하며 판매량이 급증했다는 점에서 마나부 사장의 물량 확보 전략이 통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마나부 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판매 위축은 공급 차질 영향이 컸다"며 "올해는 공급 문제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물량 공세로 반등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수입차 기업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통상 판매량이 많거나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해외 시장에 물량을 우선 배정한다"면서 "인기 차종을 국내에 많이 들여왔다는 건 한국 법인이 본사에 영업을 잘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신임 마나부 사장은 2011~2016년 중국 제일자동차(中国一汽·FAW)와 도요타의 합작사인 FAW도요타에서 근무했다. 마나부 사장은 2013년부터 FAW도요타 부사장을 맡았는데, 2012년 9월 일본 정부가 센카쿠 열도를 국유화하며 촉발된 중일(中日) 분쟁 속에서도 중국 내 도요타 판매량을 반등시킨 바 있다. 당시 도요타는 중국인들의 불매운동 직격탄으로 판매량이 급감했으나, 하이브리드차의 중국 생산 등 현지화를 토대로 2014~2021년 9년 연속 판매량 신기록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