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레저 활동 인구가 늘면서 픽업트럭 판매가 늘고 있다. 고급 픽업트럭은 가격이 1억원에 육박하지만, 국내에서 픽업트럭은 화물차로 분류돼 연간 자동차세가 2만8500만원에 불과하다. 픽업트럭을 판매하는 회사도 세금이 저렴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때문에 비싼 차에 불필요한 세금 혜택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GMC 시에라. /한국GM 제공

한국GM이 판매하는 GMC 시에라는 차 가격이 9350만~9500만원이다. 회사는 이 차를 프리미엄(고급) 픽업트럭으로 홍보하고 있는데, 세금은 국내 규정에 따라 1년에 2만8500원만 내면 된다. 화물용량이 1000㎏ 이하인 비영업용 화물차는 한 대당 연 세액이 2만8500원으로 고정돼 있다.

국내 자동차세 규정은 비영업용 승용차일 경우 1000㏄ 이하는 ㏄당 80원, 1000~1600㏄는 ㏄당 140원, 1600㏄ 초과는 ㏄당 200원의 자동차세를 낸다. 배기량 6162㏄의 시에라가 승용차로 분류된다면 1년 자동차세가 123만2400원이다.

6350만~7990만원인 포드 레인저도 화물차로 분류돼 2만8500원의 자동차세만 낸다. 레인저는 1996㏄ 배기량을 갖추고 있어 승용차였다면 39만9200원을 내야 한다. 8130만원인 지프 글래디에이터(배기량 3604㏄) 역시 승용차 세금(72만800원)이 아닌 화물차 세금이 매겨진다. 배기량 3649㏄인 쉐보레 콜로라도는 승용차일 경우 72만9800원을 내야 한다.

지프 글래디에이터. /스텔란티스 제공

이들 화물차는 개별소비세(차 가격의 3.5%)와 교육세도 면제된다. 취득세 역시 승용차(7%)에 비해 낮은 5%다. 9500만원짜리 시에라의 취득세는 475만원으로, 차 가격이 2000만원 이상 저렴한 승용차보다 적다.

픽업트럭은 국내 레저 인구 증가와 함께 판매량이 크게 뛰었다. 쌍용차가 렉스턴 스포츠로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한국GM이 GMC 시에라와 쉐보레 콜로라도를 판매하고 있다. 포드와 지프도 각각 레인저(와일드트랙·랩터 등 2종), 글래디에이터라는 이름의 픽업트럭을 판매한다.

이들 픽업트럭은 보통 캠핑, 서핑, 바이크 등 레저 활동에 주로 활용하지만, 국내에서는 별도 분류가 없어 화물차로 취급한다. 픽업트럭을 파는 회사들은 화물차로 설명하지 않고, 고급차로 포장해 마케팅한다. 로베르토 럼펠 한국GM 사장은 시에라에 대해 “(시에라는) 프리미엄, 럭셔리차를 경험하고 싶은 소비자에 ‘진정한 아메리칸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차다”라고 소개했다.

업계 관계자는 “각 자동차 회사가 픽업트럭을 짐차보다는 레저에 특화된 아웃도어차라고 강조하고 있다는 걸 고려하면 용도에 맞는 자동차 분류와 과세가 필요해 보인다”라며 “미국의 경우 이런 픽업트럭을 SUV(스포츠유틸리티차)와 묶어 화물차가 아닌 경(Light) 자동차로 분류하는데, 우리나라도 분류 체계를 정비하는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