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업계가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도 충전기 확대 등 인프라 구축에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를 팔아 돈을 벌어가면서도 인프라 구축은 정부나 국산차 업체에 떠넘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보조금은 충전인프라, 혁신기술, 보급목표이행 등으로 구성된 '인센티브'와 주행거리 등을 따지는 '성능보조금'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인센티브는 충전인프라 20만원, 보급목표이행 140만원, 혁신기술 20만원으로 총 180만원의 보조금이 책정돼 있다. 환경 당국이 제시한 일정 기준을 달성하면 180만원의 추가 보조금을 받는다.
현재 180만원의 인센티브 보조금을 모두 받는 회사는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뿐이다. 전기차 전력을 외부에서 활용할 수 있는 V2L 기술을 유일하게 갖추고 있어 혁신기술 보조금을 받기 때문이다. 수입차 중에서는 BMW의 인센티브 보조금이 160만원으로 가장 많다. 충전인프라 보조금의 경우 3년 이내에 100기 시장의 전기차 급속충전기(완속충전기는 10대당 급속 1기로 인정)를 직접 설치해야 하는데, BMW만 이 조건을 충족한다.
지난해 4888대의 전기차를 판매한 BMW는 현재 전국에 877기의 전기차 충전기를 직접 설치해 운영 중이다. 반면 지난해 수입 전기차 판매량 1위(5006대)인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직접 설치한 급속충전기가 5기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벤츠는 급속 48기, 완속 102기를 구축한 아우디(지난해 전기차 판매 2784대)보다 인프라 구축에 소홀했다.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고가 전기차만 파는 포르셰는 국내에 67기의 급속충전기(완속 212기)를 운영하고 있다.
수입 전기차 단일모델 판매 1위(한국수입자동차협회 기준)를 달성한 폴스타는 8기에 그쳤다. 볼보차는 36기(완속 56기), 푸조는 9기로 집계됐다. 폭스바겐은 직접 설치한 급속충전기가 한 대도 없다.
국산차 업체 가운데 한국GM(지엠)은 급속충전기 20여기, 완속충전기 100여기를 설치했다. 한국GM은 국내에서 볼트 EV와 볼트 EUV 등의 전기차를 지난해 약 2500대 판매했다.
업계에서는 수입차 업체가 전기차 인프라 확대에 관심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기차만 판매하고, 인프라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전국에 229기의 급속충전기를 운영하고 있는 현대차·기아의 고속충전시설 E-핏(E-Pit)은 다른 회사 전기차도 충전할 수 있는 개방형 충전소를 지향한다. 현대차·기아가 충전시설이 없는 곳에 충전기를 새로 설치하면 수입차 업체들은 얹혀가는 구조다. BMW 정도만 최근 BMW 차징 스테이션이라는 충전 시설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BMW의 차징 스테이션도 다른 회사의 전기차 충전이 가능하다.
수입차 업계는 앞으로도 당분간 충전기를 설치하지 않을 계획이다. 전기차 판매가 집중돼 있는 수도권은 이미 충전 인프라를 갖췄고, 지방은 전기차 수가 적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인프라 확충은 정부의 몫"이라며 "전기차 보급에 가장 적극적인 현대차가 (인프라 확대도 적극적으로)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