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에 온라인 판매 바람이 불고 있다.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차를 온라인으로 팔면 전시장이나 판매 인력을 따로 두지 않아도 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지금은 자동차를 어디에서 사느냐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다른데, 온라인으로 팔면 단일 가격이 적용돼 투명성도 높아진다.
반면 최소 수천만원에서 최대 수억원에 달하는 자동차를 보지도 않고 선뜻 구매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는 여전히 많다. 또 단일 가격을 적용하면 투명성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지만, 자동차 회사가 가격을 통제하기 쉬워 상향 평준화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온라인 판매 대세 흐름… 국산·수입차 모두 관심↑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용품을 포함한 자동차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3조9651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1조원 수준이던 것이 4배쯤 성장한 것이다.
온라인 거래액이 급격하게 오른 이유로는 미국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가 꼽힌다. 테슬라 이전에도 일부 업체는 특정 차종을 일정 기간에 온라인으로 팔았으나 테슬라는 전면 온라인 판매를 도입했다. 테슬라는 2017년 국내 진출 당시부터 100% 온라인 판매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판매를 시작한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도 전 제품을 온라인으로 판다. 현재 국내에선 폴스타2만을 판매하는데, 작년 한 해에만 2794대를 팔았다.
벤츠나 BMW는 한정·특별 제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한다. 지난달 벤츠코리아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3억원대 마이바흐 24대는 1시간30분만에 모두 팔렸다. BMW, 미니 등도 제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데, 소비자 호응이 뜨겁다.
혼다코리아는 올 상반기에 판매 방식을 온라인으로 완전 전환하면서 단일 가격 정책을 도입한다. 이지홍 혼다코리아 사장은 "앞으로는 더 싼 차를 사기 위해 소비자가 여러 영업사원이나 매장을 돌아다니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했다.
한국GM(GM 한국사업장)은 GMC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하면서 첫 차인 시에라를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최초의 전면 온라인 판매다. 회사 관계자는 "온라인 판매 확대로 판매 수수료를 절감해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 "빠르고, 편리"… 젊은 소비자 호응
자동차 온라인 판매의 대표적인 장점은 빠르다는 점이다. 트림과 옵션(선택품목) 선택은 물론, 계약과 결제 등이 모두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계약서를 쓰고, 잔금을 치르기 위해 전시장을 방문하거나 전화통화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또 전국 어디서나 같은 가격에 차를 살 수 있어 쓸데없는 소모전을 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해 테슬라 모델3를 구매한 경기 수원시 이정현(여·34)씨는 "전시장을 방문해 구매를 결정하고, 바로 스마트폰을 열어 차를 샀다"며 "가격이 어디서나 같기 때문에 영업사원과 불필요한 흥정을 하지 않아도 돼 편했다"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판매 방식은 판매사(딜러)나, 영업사원별로 제시 가격이 제각각이고, 할인율도 다르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할인을 많이 해주는 딜러나 영업사원을 찾는 정보전(戰)을 펼치기도 했다. 같은 차를 다른 가격에 샀다는 것 때문에 종종 소비자와 영업사원간 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 "전시장 없으면 불편, 가격 통제 더 쉬워져" 지적도
온라인 판매의 단점은 자동차를 실물로 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시원(남·36)씨는 "수천만원을 주고 사는데 실물 차를 보지도 않고 사는 건 말이 안된다"라며 "사진이나 영상은 왜곡이 심해 참고만 할 뿐, 구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온라인으로만 차를 파는 테슬라나 폴스타는 제품 전시장을 갖추고 있다. 테슬라는 '테슬라 스튜디오'를, 폴스타는 '폴스타 스페이스'라는 전시장을 서울, 경기도, 부산, 제주도 등에서 운영하고 있다. 한국GM도 GMC 시에라를 볼 수 있는 전국 7곳의 GMC 존을 운영 중이다.
자동차 회사가 온라인으로 단일한 가격에 차를 팔면 소비자는 평균적으로 더 비싸게 차를 사는 것이란 주장도 있다. 현재 판매사(영업사원)별로 차 가격이 다른 건 다수의 판매사가 경쟁하는 구도이기 때문이다. 영업사원은 소비자를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해야 돈을 벌기 때문에 이익을 줄여서라도 할인을 해주는 관행이 정착됐다.
하지만 가격이 모두 동일하면 이런 유인이 줄어들어 결국 할인이 사라지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 제조사, 수입사, 판매사(영업사원)는 경쟁을 펼칠 필요가 없어져 수익이 오르는 효과가 난다. 업계 관계자는 "혼다 역시 이런 논리로 판매사를 설득한 것으로 안다"며 "이익을 더 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할 판매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GM은 GMC 시에라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데, 온라인 판매로 소비자에 어떤 혜택으로 돌아가는지에 대한 설명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판매 가격이 단일화되면 할인이 사라져 가격이 상향 평준화되는 효과가 생긴다"며 "정가 판매로 소비자 혜택이 높아진다는 건 실체가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