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067990)의 최대주주가 주가 조작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가운데, BMW코리아가 도이치모터스와 공식 딜러 계약을 계속 유지하고 있어 기업윤리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과거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딜러사가 자동차 브랜드의 이미지를 실추했을 때 즉각 딜러사와의 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1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는 2002년부터 BMW코리아 딜러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2018년에는 포르셰, 2019년에는 재규어랜드로버 딜러사를 각각 인수해 현재 5개 수입차 브랜드(BMW·미니·포르셰·재규어·랜드로버)의 국내 판권을 보유하고 있으나 주력은 BMW다.
2021년 기준 BMW 판매 실적이 도이치모터스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 포르셰를 판매하는 자회사 도이치아우토의 매출 비중은 16%, 재규어랜드로버를 판매하는 자회사 브리티시오토의 매출 비중이 1%다. 기타 매출이 3%다.
도이치모터스의 현 최대주주는 지분 28%를 갖고 있는 권오수(65)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다. 권 전 회장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도이치모터스의 주가를 조작(자본시장법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2008년 도이치모터스가 우회 상장한 후 주가가 하락하자, 권 전 회장이 '주가조작 선수' 및 전·현직 증권사 임직원 등과 짜고 주가를 올렸다고 보고 있다.
권 전 회장은 2002년 도이치모터스를 설립해 20여년간 이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2021년 11월 구속된 직후 사임해, 장남인 권혁민(37) 도이치모터스 전략기획본부장이 대표이사를 세습했다.
BMW의 국내 공식 딜러사는 도이치모터스, 코오롱모터스, 한독모터스, 바바리안모터스, 삼천리모터스, 내쇼날모터스, 동성모터스 등 7곳인데, 도이치모터스·코오롱모터스의 규모가 가장 크다. 2020년 기준 도이치모터스와 코오롱모터스가 각각 전체의 24%를 판매하며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이어 한독모터스(19%), 바바리안모터스(13%) 순으로 판매 점유율이 높다.
과거 수입차 기업은 딜러사가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준다고 판단했을 때 컴플라이언스(준법 감시) 조항을 꺼내 딜러권을 박탈했다. 수입차 기업은 통상 딜러사에서 대주주의 비리 등 오너 리스크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컴플라이언스(준법) 조항을 넣어 딜러권을 계약하고 문제가 생기면 계약을 해지한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렉서스 딜러사인 SK네트웍스(001740)(당시 SK글로벌)가 2003년 분식회계 사태로 뭇매를 맞자, 브랜드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계약 만료를 6개월 앞두고 딜러 계약을 일방 해지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2006년 딜러사인 유진앤컴퍼니가 일본 퀸랜드에 지분 50%를 매각하자 딜러권을 박탈했다. 주주 변경을 사전 60일 이내 벤츠코리아에 알려야 한다는 계약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벤츠코리아 딜러사 더클래스효성의 최대주주였던 효성(004800)은 2015년 보유 주식 58% 전량을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셋째인 조현상 현 효성그룹 부회장에게 넘겼는데, 이 역시 벤츠와의 딜러 계약 해지를 우려한 조치였다. 당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첫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탈세 등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었다.
BMW코리아는 도이치모터스 최대주주가 주가조작 혐의로 유죄를 받았음에도 딜러 계약 해지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도이치모터스와의 계약에 컴플라이언스 규정이 존재하지만, (최근 판결은) 도이치모터스 내부 사정이기 때문에 BMW코리아와의 딜러 계약 해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도이치모터스도 "권 전 회장은 2021년 11월 회사와 주주 및 투자자의 보호를 위해 스스로 대표직에서 물러난 후 경영에는 일절 관여하고 있지 않았다. 회사의 사업이나 경영과는 무관하다"고 권 전 회장과의 관계에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권 전 회장이 회사의 최대주주인데, 회사의 사업이나 경영과 무관하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 BMW그룹 본사는 준법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그룹의 부패 방지 지침에는 "모든 BMW 딜러사 대리점, 판매사는 부패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들의 부패 징후는 즉시 BMW그룹에 보고돼야 하며, 계약서 내 컴플라이언스 준수 조항에 의거해 철저히 조사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올리버 집세 BMW그룹 회장은 "BMW그룹은 합법적이고 책임 있는 행동에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BMW코리아는 앞서 윤리경영을 강화한다며 2017년 준법감시팀을 신설하고 임원급 책임자를 선임했다. 2015년에는 한국질서경제학회로부터 '윤리경영 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