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신형 레인지로버(올 뉴 레인지로버)를 구매한 김모(34·울산)씨는 차를 운전할 때마다 고주파 소음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운전석에서 '찌잉' 하는 날카로운 고주파음이 간헐적으로 반복해서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신형 레인지로버의 가격은 최소 2억원인데, 김씨는 그중에서도 최고가인 수작업 비스포크 모델을 약 3억원을 주고 샀다. 김씨는 "서비스센터에선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기다려 보라고만 한다"고 말했다.
1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작년 8월 출시한 신형 레인지로버(RR)에서 고주파 소음이 발생한다는 불만이 다수의 차주에게서 나오고 있다.
레인지로버는 대형 '레인지로버(RR)', 준대형 '레인지로버 스포츠(RRS)', 중형 '레인지로버 벨라(RRV)', 준중형 '레인지로버 이보크(RRE)' 등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고주파 소음 문제는 신형 레인지로버(RR)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신형 레인지로버의 가격은 트림별로 2억397만~2억2537만원인데, 비스포크로 소재나 색상을 맞춤 주문할 경우(레인지로버 SV) 가격은 2억9237만원이다.
신형 레인지로버에선 시동을 켜고 주행할 때나 신호등 앞에서 오토 홀드(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도 차가 멈춰있는 기능)로 정차할 때, 주차하고 기어를 P단(주차)이나 N단(중립)으로 체결했을 때 등 차를 운행하는 모든 순간에 고주파음이 발생하는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24시간 내내 고주파음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간헐적으로 난다는 것이 차주들의 공통된 얘기다. 고주파음은 운전석 쪽에서 발생하는데, 소리가 대단히 큰 수준은 아니지만 내비게이션 안내음과 음악 소리를 뚫고 귀에 인식될 정도라고 김씨는 말했다.
다른 레인지로버 차주는 온라인 카페에 "뒷좌석에서도 인지할 정도의 고주파 소음이 간헐적으로 나온다"며 "노래로도 (소음이) 지워지지 않는다"고 적었다. 또다른 차주는 "한 번 귀가 뜨여서 예민해진 뒤에는 고주파 소음 때문에 차 타는 게 싫어질 정도"라고 했다. "사설 업체에서 1000만원을 들여 방음 시공을 추가로 해서 고주파음을 없앴다"는 차주도 있었다.
신형 레인지로버에서 고주파 소음이 발생하는 이유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제동장치와 관련한 문제로 추정된다. 고주파 소음이 발생하는 영상을 보면 브레이크 페달이 정상 위치일 때 고주파 소음이 발생하다가 페달을 위로 들어 올리면 소음이 멈추는 장면이 나온다. 주행 중에는 브레이크 페달을 들어 올릴 일이 없어 사실상 소음을 없애고 운행하는 방법은 없다.
앞서 한국지엠 쉐보레의 말리부와 트레일블레이저는 엔진 효율을 높이는 전자 유압식 브레이크 부스터(eBoost)를 장착한 반작용으로 내부에 고주파음이 발생해 차주들이 불편을 호소한 바 있다. 기아(000270) 전기차 EV6에서도 고주파 소음이 발생해 기아는 작년 중순 무상수리를 진행한 바 있다. EV6는 제동장치가 아닌 고전압 히터 장치(PTC Heater) 커버와 내부 콘덴서의 간섭현상이 원인이었다. EV6는 주로 저속 주행에서 고주파 소음이 발생했다.
김씨는 "브레이크 쪽 방음 시공만 제대로 했어도 고주파 소음이 들리지 않았을 것 아니냐"면서 "3억원 주고 산 차에 이런 결함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서비스센터에 방문하니 본사에서 인지하고 있으나 해결책을 마련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기다리라고만 한다"면서 "본사에서 방음 처리를 해주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관계자는 "문제 해결을 위해 영국 본사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면서 "해결 방안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