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신형 7시리즈의 판매가 출시 두 달 만에 급감했다. 신형 7시리즈는 애초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강력한 경쟁 상대로 여겨졌지만, 지난달 두 차의 판매 격차는 무려 8배에 달했다. 플래그십(최고급) 세단 시장에서 S클래스의 상징성에 밀려 7시리즈가 완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BMW 7시리즈는 지난 1월 91대가 판매됐다. 출시 첫 달이었던 지난해 12월 243대와 비교하면 62.6% 급락한 수치다.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회장과 올리버 집세 BMW 그룹 회장이 작년 12월 17일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BMW코리아는 삼성에 BMW 뉴 i7 10대를 전달했다./BMW코리아 제공

일반적으로 업계에선 출시 직후 나타나는 ‘신차효과’가 3개월은 지속된다고 본다. 출시 세 달간은 판매가 원활하게 이뤄진다는 의미다. 그러나 7시리즈는 이런 신차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BMW 새 플래그십 전략이 시작부터 흔들리는 셈이다.

7시리즈의 판매가 급전직하한 건 지난해 잇단 금리 인상으로 자동차 구매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다. 실제 전체 수입차 판매량도 작년 12월 2만9432대에서 올 1월 1만5901대로 46% 줄었다. BMW 판매는 이 기간 6834대에서 6090대로 10.9% 줄었는데, 특히 리스(임대) 비중이 높은 플래그십 세단은 금리 영향을 더 받는다.

BMW 플래그십 신형 7시리즈 실내. /BMW 제공

S클래스 역시 판매가 줄었으나, BMW 7시리즈보다는 선방했다. S클래스는 지난해 12월 930대가 팔렸는데, 올 1월에는 731대가 판매돼 21.8% 감소했다. 벤츠 전체 판매가 69.3% 줄어든 것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수입차 단일 차종 판매 순위에서도 S클래스는 5위, 7시리즈는 35위로 격차가 상당하다. 수입차 전체 시장에선 BMW의 판매가 벤츠의 두 배를 기록했지만, 플래그십 차급에서 7시리즈 판매는 S클래스의 8분의 1에 불과했다. 상징성이 중요한 플래그십 시장에서 이제 막 출시된 7시리즈보다 출시된 지 2년여가 지난 S클래스의 존재감이 더 컸던 것으로 여겨진다.

메르세데스-벤츠 플래그십 세단 S클래스. /벤츠 제공

BMW 내부적으로는 신형 7시리즈의 판매가 S클래스와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플랫폼을 적용해 차체를 키우고, 여러 디지털 기술을 아낌없이 적용해 상품성을 확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BMW는 시리즈 최초로 순수 전기차 i7을 추가하기도 했다. i7에는 삼성SDI(006400)의 배터리가 장착되는데, 이 때문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계열사 사장용 법인차로 i7를 10대를 구입해 시장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운전자가 중심이 되는 오너드리븐(owner-driven)과 운전기사가 모는 의전 목적의 쇼퍼드리븐(chauffeur-driven) 양쪽의 특성을 모두 지니고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업계 관계자는 “플래그십 시장에서 늘 고배를 들었던 BMW는 신형 7시리즈의 상품성이 S클래스를 능가한다고 보고, 판매량도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으나 아직까지는 S클래스의 상징성이 상당하다는 점만 확인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