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096770)의 전기차 배터리 자회사 SK온이 현대차(005380)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 서산공장 시설투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11월 두 회사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전기차 공장에 SK온 배터리를 2025년 이후 공급하는 내용으로 업무협약(MOU)을 맺었는데, 국내 전기차 생산에도 손을 맞잡는 것이다.

3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올해 상반기 내 서산공장에 수천억 규모의 시설투자를 시작해 현재의 생산능력을 두 배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새롭게 생산라인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시설을 보완하는 형태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024년 본격 가동이 목표다. 장비 업계에서는 관련 발주가 이미 시작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SK온 서산 배터리공장. /SK온 제공

SK온 서산공장은 연산 5GWh(기가와트시) 배터리 생산이 가능하다. 통상 1GWh당 전기차 1만5000대 분량의 배터리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서산공장은 7만5000대 분량의 전기차 배터리를 현재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를 두 배 이상 늘릴 경우 전기차 배터리 약 15만대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생산능력은 1GWh 확충당 1000억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온이 국내 생산능력을 확대하려는 건 현대차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현대차 아이오닉5, 제네시스 G80 등에 배터리를 공급 중인 SK온은 현대차 협력이 늘수록 배터리 생산 능력을 키워야 한다. SK온과 현대차는 미국 공급망 강화를 위한 MOU를 맺은 상태로, 합작 공장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나온 것이 없다. 따라서 현대차 공급을 늘려야 할 경우 기존 시설인 서산공장을 활용하는 방안이 가장 쉽고 편리하다.

현대차 E-GMP 플랫폼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콘셉트 세븐'. 내년 출시가 유력한 아이오닉7은 이 콘셉트카를 토대로 만들어 질 예정이다. /현대차 제공

SK온은 내년 상반기 출시가 유력한 현대차 준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이오닉7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아이오닉7의 조립공장은 서산과 약 50㎞ 떨어진 현대차 아산 공장으로, 서산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받을 경우 현대차로서는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가능하다. 여기에 SK온은 2025년 준공을 목표로 하는 현대차의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도 포석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이 서산공장에 투자하게 된다면 5년 만이다. 2012년 9월부터 전기차용 배터리를 만들어온 서산공장은 지금까지 3번 정도의 증설이 이뤄져 현재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다. SK온은 그동안 중국과 미국, 헝가리 등 해외 시장 위주로 시설투자를 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전기차 생산능력 확대와 더불어 최근 협력 관계가 깊어지고 있는 SK온 역시 배터리 생산능력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국 합작공장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현대차 생산거점이 국내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존 서산공장의 생산능력을 확충하는 것이 효율 면에서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SK온 측은 “시설투자와 관련해 여러 시나리오가 검토되고 있으며, 확정된 사안은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