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테슬라 전기차에서 고전압 배터리 관련 고장이 늘고 있다. 멀쩡하게 다니던 차의 배터리에서 오류가 발생, 주행거리가 갑자기 평소의 4분의 1로 줄어든다거나 주행을 멈추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또 배터리 오류가 있었던 차가 서비스센터 수리를 기다리던 중 불이 나는 사고도 있었다. 이 사고와 관련해 일부 차주들은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1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테슬라 전기차의 배터리 문제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BMS는 배터리의 전류, 전압, 온도 등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최적의 조건에서 배터리를 쓸 수 있도록 제어하는 장치다. 전기차는 물론이고, 배터리가 장착한 모든 기계는 배터리 관리를 위한 BMS가 필수다.
현재 테슬라 BMS 문제는 주로 2018~2021년식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적 주행거리 10만㎞ 이상을 기록한 차에도 문제가 생긴다. 대상 제품은 모델S와 모델X, 모델3, 모델Y 등 국내 판매 중인 전 제품이다.
자동차 상태나 진단점검, 기능 개선 등 대부분을 무선업데이트(OTA)를 통해 하는 테슬라는 차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센터패시아 디스플레이 등에 오류 코드를 표시, 운전자에게 알린다. 차에 문제가 발생했으니, 적절한 조치를 하라는 것이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배터리 관련 오류는 대표적으로 ‘BMS_a066′이라는 코드인데, ‘최대 충전 레벨 및 주행 가능 거리 감소할 수 있음’이라는 메시지가 함께 표출된다. 주행이 불가능한 배터리 관련 오류는 아니지만, 최대 주행거리가 400㎞에서 100㎞ 확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어 조처하지 않을 경우 또 다른 오류 코드가 뜬다. ‘BMS_a079(충전 불가)’, ‘BMS a029(최대 배터리 충전 레벨 감소)’, ‘BMS_w073(차량 시동 불가), BMS_w123(차량이 재시작되지 않을 수 있음) 등이다.
이런 오류는 국내에서만 발견되는 건 아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오류이기도 하다. 해외 테슬라 차주 커뮤니티인 ‘테슬라모터스클럽’에는 배터리 오류 관련 게시글을 여럿 찾을 수 있다.
현재 테슬라코리아는 이 오류 관련 원인 등을 정확하게 밝히고 있지 않다. 해당 문제가 발생하면 서비스센터에서 배터리를 새것으로 교체해주는 사후서비스 등을 진행 중일 뿐이다. 최근 서비스센터 입고 중이던 테슬라 전기차에서 배터리 열폭주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는데, 이 차 역시 배터리 문제로 교체가 필요한 진단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배터리 교체에는 3개월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테슬라 차주는 자동차결함신고 등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카트리)의 자동차리콜센터 홈페이지에는 지난해 11월부터 집중적으로 테슬라 배터리에 대한 신고가 올라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관련 조사에 나섰다. 알려진 배터리 문제로 인한 화재는 1건이지만, 사안이 중대한 만큼 배터리 오류와 연관된 여러 사례를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현재 카트리에서 테슬라 배터리와 관련한 여러 오류와 사고 등을 취합하는 사전 조사에 착수한 상태라고 한다. 사전 조사에서 충분히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정식 제작결함 조사에 들어가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배터리 오류로 인한 화재 건은 이미 중국이나 미국에서 여러 차례 보고된 결함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최초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라며 “이미 그 전부터 배터리 오류가 잦다는 신고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현재 카트리가 사전 조사에 들어간 상태로, 제작결함일 가능성이 있다면 정식 조사에 착수해 조처할 예정이다”라고 했다.